[ET인터뷰-조성희 감독①] ‘한국형 히어로’ 홍길동이 매력적인 이유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은 악당보다 더 악명 높은 사설탐정 홍길동이 20년 전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가 거대 조직 광은회의 음모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탐정 홍길동’은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제목부터 히어로인 홍길동을 내세운 만큼 조성희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신경을 썼다. 특히 홍길동은 원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극을 이끌어 나가기에 모자라 보이는 설정을 가지고 있기에 그를 존재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도전이었다.



“개성 강한 캐릭터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끝까지 캐릭터를 다듬는 것이 숙제였다. 주인공 캐릭터로 많이 사용되지 않는 설정을 많이 사용했는데, 싸움도 못 하고 줄행랑도 잘 친다.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달려 나간다. 이런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보여줘 관객들이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동의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 점은 배우 이제훈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고전소설 ‘홍길동전’에서 모티프를 얻었지만, 영화 속 홍길동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홍길동과 다소 다르다. 조성희 감독이 설명한 것처럼 영화 속 홍길동은 부족한 인물이다. 모든 사람들을 도술로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인 소설 속 홍길동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왜 영화의 주인공은 홍길동이 되어야 했을까.

“캐릭터물을 만들 때, 백지 상태에서 전혀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보다는 유서 깊은 캐릭터를 가져오고 싶었다. 홍길동은 정의를 구현하고 악당을 응징하는 의적이기도 하지만, 속임수를 쓰는 등 그 방법은 비난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여기서 매력을 느꼈다. 또 현재는 많은 문서에서 예시로 드는 이름이 홍길동인데, 실존하는 인물로 만나기는 어렵다. 이런 묘한 뉘앙스와 신출귀몰하는 홍길동을 함께 풀어봤다.”

“게다가 홍길동은 아버지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서자이기 때문에 태어나게 된 근원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만의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는 인물이다. 세상을 바꾸는 키가 되는 인물이자 세대의 중간자적인 인물로 그를 가져오고 싶었다.”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홍길동과 함께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은 동이(노정의 분)와 말순(김하나 분)이다. 사실 이 영화는 심각한 상황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할아버지 김병덕(박근형 분)은 의문의 남자들에게 납치당했고, 홍길동은 김병덕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기 위해 납치범을 쫓는다. 그리고 홍길동은 할아버지의 죽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손녀들을 데리고 다닌다. 이런 장면들을 조성희 감독은 아이들을 이용해 귀엽고 재기발랄하게 풀어냈다.

“아이들은 극에서 중요한 역할이다. 다음 세대를 물려받을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길동이 복수를 시작했지만, 아이들로 인해 복수를 포기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상처 입히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지만, 결국 홍길동의 규칙이 무너지면서 성장하게 된다. 이들의 동행을 따뜻하게 표현하기 위해 유머가 많이 필요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요소가 충돌한다. 미술 면에서도 한국적인 것과 이국적인 것이 섞여 있는 것처럼 폭력적이고 어둡지만 아이들이 주는 유머러스함과 따뜻함이 대비되어 영화의 재미를 준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죽는 이야기만 지속되면 영화 보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역할로 아이들의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성희 감독은 영화 속 악의 근원인 광은회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속편을 예고하는데, 감독 스스로도 속편을 기대하며 일부러 많은 것을 남겨둔 듯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는 변요한이 등장하기에 더 많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아직 속편을 이야기하기엔 이르지만, 만약 나온다면 저주받은 홍 씨 일가에 대해 더 깊숙이 들어가지 않을까. 변요한과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일 것 같다. 속편에 출연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캐스팅하긴 했지만, 사실 속편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모른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