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주말 영화 예능, 하나만 골라 보자

영화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평론가나 포털사이트의 평점, 블로거들의 글을 참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 매체인 TV 영화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과시한다. 그들은 수많은 영화 중 몇 작품을 소개해주면서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영화프로그램도 각 방송사 별로 존재할 만큼 많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

토, 일요일 주말, 지상파 3사와 케이블채널에서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이 방송된다. 23년 된 것부터 갓 1개월 된 프로그램까지 그 역사는 다르지만, 영화를 소개한다는 일차적 목표를 가졌기 때문에 어쩌면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하고, 한정된 신작들을 소개하는 이들을 굳이 다 챙겨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프로그램이나 볼 수는 없다. 한정된 영화계 소식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다. 각 프로그램들마다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을지 지난 21일 방송분을 기준으로 알아봤다.

출처 :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캡쳐
출처 :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캡쳐

◇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출발 비디오 여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프로그램이자 가장 높은 시청률(21일 닐슨코리아 기준 6.6%)을 자랑한다. 재치있는 해설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 가이드 프로그램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김경식의 ‘영화 대 영화’ 코너다. VCR을 보면서 MC들이 질문을 하거나 호응을 하면, 김경식이 재치 있게 대답을 해주는 식이다. 시원한 입담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로, 이번 주에는 지난해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2010년 개봉한 ‘듀 데이트’를 비교했다.

유준호의 ‘영화 소생술사’ 코너에서는 2011년 개봉한 독립영화 ‘파수꾼’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현재 개봉한 ‘탐정 홍길동’의 이제훈과 곧 개봉하는 ‘무서운 이야기3’의 박정민 등을 언급하는 노련함을 선보인다. 김생민의 ‘기막한 이야기’ 코너도 있다. 소재나 형식 면에서 기묘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 코너는 이번주에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프랑스 영화 ‘얼굴도둑’을 소개하는 등 다양성 영화에도 관심을 갖는다.

‘심스틸러’코너에서는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곡성’의 주인공 곽도원의 매력을 파헤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예전 인터뷰를 가지고 와서 곽도원의 전작부터 열애까지 이야기 했다. 단순히 작품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를 집중 탐구하는 것이 다른 영화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다.

이외에도 신작을 소개하는 ‘온(on)영화’ 코너에서는 ‘미스터 앙리와 조금 특별한 동거’와 ‘무서운이야기3’ 중 ‘로드레이지’ 편을 소개했고, ‘제이슨 본’ ‘봉이 김선달’ ‘워크래프트: 전쟁의서막’ ‘비밀은 없다’ 등도 장르별로 나눠서 간략하게 소개했다.

출처 : KBS2 '영화가 좋다' 캡쳐
출처 : KBS2 '영화가 좋다' 캡쳐

◇ KBS2 ‘영화가 좋다’

KBS는 ‘영화가 좋다’에 대해 신작과 구작을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 소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영화 속의 숨은 재미와 정보를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영화가 좋다’는 단순히 개봉작들을 소개하는 뉴스에 불과하다. 지난 21일 방송분 기준으로 구작은 ‘캐치미’ 한 편 만이 소개됐으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한고 말하기엔 적은 편수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신작만을 소개한다.

초반에 MC로 조충현 아나운서가 등장하지만 왜 나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활약이 없다. 미리 준비된 VCR만 보면서 리액션만 하는 MC를 일명 ‘꿀 MC’라고 하는데, ‘영화가 좋다’에서는 단연 1위로 꼽힐 정도다. 리액션도 없기 때문에 이럴 바엔 성우로 대체해도 될 듯하다.

신작은 ‘이주의 Pick Up’과 ‘신작 업데이트’라는 코너로 프로그램의 사이사이에 소개된다. ‘양치기들’ ‘무서운 이야기3’ 중 ‘기계령’을 간략하게 소개했고, ‘굿바이 싱글’은 주연배우인 김혜수의 인사 정도의 인터뷰와 함께 언급했다. 개봉일 미정작인 ‘국가대표2’와 7월 개봉하는 ‘트릭’도 소개했다.

성우가 아닌 개그맨들이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김기리의 ‘단서를 찾아서’와 이수지-송병철이 진행하는 '1+1’에서는 조충현 아나운서처럼 딱히 하는 일은 없다. KBS 개그맨들을 섭외한 만큼 그들의 재능과 함께 프로그램을 살릴 법도 한고, '1+1’코너는 상대 작품과 비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수지와 송병철은 각자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는데서 그치고 만다.

마지막으로 ‘최종 분석’ 코너에서는 ‘갓 오브 이집트’가 소개됐다. 지난 3월에 개봉하고 이제 상영관을 찾기 힘든 작품을 ‘최종 분석’이란 이름 아래 소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석보다 소개에 가까워 굳이 ‘분석’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이 민망하다.

출처 : SBS '접속 무비 월드' 캡쳐
출처 : SBS '접속 무비 월드' 캡쳐

◇ SBS ‘접속 무비 월드’

‘접속 무비 월드’의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영화는 수다다’이다. 얼마 전 가수 호란과 영화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하차했고, 기존 ‘영화는 수다다’의 안방 대감이었던 김태훈 칼럼니스트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파트너로는 한동원 기자가 함께 합류해 특유의 박식함과 매끄러운 진행을 과시한다. 이들은 영화의 한 장면씩 짚어주면서 현장 뒷이야기와 함께 고품격 수다를 선보인다. 특히 한편의 영화임에도 서로 다른 평을 하며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박성호의 ‘영화 공작소’ 코너도 마니아층이 있다. 그는 ‘주토피아’와 ‘초능력자’와 같은 두 작품을 번갈아가면서 재밌게 비교해 예상치 못한데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21일 방송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기획 코너다. 현재 영화계 핫이슈는 제69회 칸 영화제다. ‘접속 무비 월드’는 영화제 개막식에서 하이힐 관습을 깨고 맨발 워킹한 줄리아 로버츠부터 한국영화 배우들을 짧게나마 한 명 한 명 집중했다. 칸에 간 기자와 연결한 후 현지 상황을 알아봤으며, 신스틸러로 호평을 받은 마동석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만하다’ 코너에서는 ‘프리지던트 메이커’ ‘무서운이야기3’를 비롯해 ‘바후발리: 더 비기닝’와 같은 발리우드 영화와 히틀러 시대에 유색 인종의 감동 실화인 ‘레이스’ 등을 소개하며 영화의 정보 외에도 의미까지 소개했다. 다가올 한국영화 기대작 ‘커밍순’ 코너에서는 ‘굿바이 싱글’ ‘트릭’ ‘레나’ ‘짐작보다 따뜻하게’ 등 다른 프로그램보다 가장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출처 : 채널CGV '무비 버스터즈' 캡쳐
출처 : 채널CGV '무비 버스터즈' 캡쳐

◇ 채널CGV ‘무비 버스터즈(Movie Busters)’

‘무비 버스터즈’는 영화 전문 케이블채널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9일에 첫 방송한 따끈따끈한 최신 프로그램이다. 가장 늦게 태어난 프로그램답게 신선함으로 무장했으며, 예능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와 토크쇼가 결합된 영화정보 프로그램이으로, MC는 가수 성시경, 김현민 기자, 영화감독 이해영, 쇼호스트 이민웅 등 4명으로, 다른 영화프로그램이 대부분 아나운서와 개그맨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독특한 구성을 뽐낸다.

첫 코너는 신작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매입자에게 말하는 상품의 특징)를 소개하는 ‘별이 쏟아지는 밤에’ 코너다. 쇼호스트 이민웅의 맛깔 나는 입담으로 작품의 장르, 감독, 주연배우, 런닝타임 등을 깔끔한 디자인으로 기사처럼 제공하고, 화려한 CG를 사용해 모든 영화의 천만 관객을 기원하는 코너다. 쇼호스트의 코너답게 장점만 살려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지만, 무조건 칭찬만 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

MC 4명이 함께 진행하는 코너는 프로그램 제목과 같은 ‘무비 버스터즈’로, 매주 소개하는 영화 작품의 캐릭터나 출연진이 의뢰인이 되어 영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출연진들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첫 방송에서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주인공 배트맨이 “어떻게 하면 슈퍼맨을 제압하고 저스티스 리그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라는 의뢰를 했다고 가정하며 이야기를 풀어냈고, 이번주에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이제훈이 ‘한국형 히어로물의 시리즈가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뢰하는 등 생각해볼 만한 문제들을 다룬다. MC들은 칭찬부터 독설까지 생생한 대화를 나누고, MC들의 케미스트리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여기에 4명의 MC들은 다양한 해답을 내놓는데, 설사 그들의 답변이 정답이 아니더라도 더 나은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이외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부터 감독까지 영화인들과의 특별한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영화로운 만남’ 코너, 같은 듯 다른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는 ‘무비 매치’, 한국영화를 성시경의 시선으로 분석한 ‘한국영화의 힘’ 등으로 구성됐다.

마무리도 인상 깊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영화 소개를 마침과 동시에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과 달리 ‘무비 버스터즈’는 영화 OST로 끝을 맺으며 완벽한 기승전결을 이룬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