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에서 천우희는 의문의 사건들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여인 무명 역을 맡았다.
무명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는 순진무구한 느낌을 준다. 무명은 종구(곽도원 분)를 향해 돌을 던지면서 점점 그에게 가까워지고, 범죄 현장의 폴리스 라인도 망설임 없이 들어서 집 안에 들어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 곽도원도 천우희가 이런 식으로 연기할 줄 몰랐다고 전한 바 있다.
“종구와 붙는 신은 즉흥적인 게 많았다. 마지막 골목길 신도 그렇고, 처음 마주하는 신도 그렇다. 감독님은 어떤 신을 찍을 때 먼저 배우들에게 이 상황에 놓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상황을 미리 던져놓으신다. 배우들의 의견을 따라 해보고, 그 다음에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도 해보는 방식이었다.”
“돌 던지는 신은 귀여움과 엉뚱함이 있는 장면이다. 미스터리하지만, 나름대로 유머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돌을 계속 던졌는데 웃긴 거다. 여러 번 테이크를 가다 보니 돌이 많이 쌓였는데, 처음엔 치우다가 나중엔 그냥 냅두자 싶어서 관뒀다. 그랬더니 돌무더기가 생겼고, 점점 다가가면서 찍는 것도 즉흥적으로 탄생했다.”
곽도원부터 황정민, 쿠니무라 준까지 연기파 배우들 때문에 현장은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었다. 천우희는 혼자 여배우였지만, 몸을 사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들 열정이 넘쳤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다. 내가 후배니까 열심히 해야지란 생각보다 ‘배우 대 배우’느낌을 주면서 에너지를 주고받고 싶었다. 쿠니무라 준 선배는 나이도 있고 몸이 안 좋으셨는데, 슛할 때만큼은 달라졌다. 나도 많이 다치고 아픈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내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촬영하는 순간엔 모든 것을 잊게 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 쾌감이 좋아서 정신적으로 지치지는 않았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들은 최대한 표현하고 싶은데,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는 누구 하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풀리는 것을 배우들 모두 느꼈을 것이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