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천우희②] 무명, ‘즉흥성-엉뚱함-열정’으로 완성된 캐릭터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영화 ‘곡성’에서 천우희는 의문의 사건들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여인 무명 역을 맡았다.

무명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는 순진무구한 느낌을 준다. 무명은 종구(곽도원 분)를 향해 돌을 던지면서 점점 그에게 가까워지고, 범죄 현장의 폴리스 라인도 망설임 없이 들어서 집 안에 들어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 곽도원도 천우희가 이런 식으로 연기할 줄 몰랐다고 전한 바 있다.



“종구와 붙는 신은 즉흥적인 게 많았다. 마지막 골목길 신도 그렇고, 처음 마주하는 신도 그렇다. 감독님은 어떤 신을 찍을 때 먼저 배우들에게 이 상황에 놓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상황을 미리 던져놓으신다. 배우들의 의견을 따라 해보고, 그 다음에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도 해보는 방식이었다.”

“돌 던지는 신은 귀여움과 엉뚱함이 있는 장면이다. 미스터리하지만, 나름대로 유머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돌을 계속 던졌는데 웃긴 거다. 여러 번 테이크를 가다 보니 돌이 많이 쌓였는데, 처음엔 치우다가 나중엔 그냥 냅두자 싶어서 관뒀다. 그랬더니 돌무더기가 생겼고, 점점 다가가면서 찍는 것도 즉흥적으로 탄생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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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부터 황정민, 쿠니무라 준까지 연기파 배우들 때문에 현장은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었다. 천우희는 혼자 여배우였지만, 몸을 사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들 열정이 넘쳤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다. 내가 후배니까 열심히 해야지란 생각보다 ‘배우 대 배우’느낌을 주면서 에너지를 주고받고 싶었다. 쿠니무라 준 선배는 나이도 있고 몸이 안 좋으셨는데, 슛할 때만큼은 달라졌다. 나도 많이 다치고 아픈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내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촬영하는 순간엔 모든 것을 잊게 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 쾌감이 좋아서 정신적으로 지치지는 않았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들은 최대한 표현하고 싶은데,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는 누구 하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풀리는 것을 배우들 모두 느꼈을 것이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