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점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절반 이상 점포가 사라진 증권사가 3곳에 이를 정도다. 지점이 줄어든다는 것은 인력도 줄었다는 뜻이다. 빈자리는 계약직 직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1790곳에 달하던 증권사 지점은 올해 3월 말 1110곳으로 38% 줄었다. 100곳 이상 지점을 운영하던 증권사도 8개에서 작년부터는 없어졌다. 여의도 금융가를 호령하던 증권맨도 15%가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긴축경영에 들어간 증권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 지점을 통폐합하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다.
증권사 가운데 지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유안타증권이다. 2010년 말 165곳에서 올해 78곳으로 87곳이 문을 닫았다. 전신인 동양증권사태 등 영향에다 대만 위안다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일어난 일이다.
다음은 대신증권으로 116곳에서 54곳으로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삼성증권도 2011년 105곳에 달하던 지점이 55곳으로 크게 줄었다.
지점 감소 비율로 따지면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장 높다. 이 회사는 31곳이던 지점이 올해 7곳만 남아 77%가 문을 닫았다.
반면에 대형 증권사 지점의 감소율은 낮았다. 전통의 강호인 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은 16%, 한국투자증권은 23%만 문을 닫았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NH투자증권은 28%인 33곳을 정리했다.
반대로 지점이 늘어난 증권사도 있다. 은행계열인 신한금융투자와 KB투자증권이다.
KB투자증권은 2010년 4곳에서 17곳으로 늘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113곳까지 늘어난다. 신한금융투자도 88곳에서 4곳이 늘었다. 이 회사는 신한은행과 협업하는 복합점포(PWM센터)를 늘린 것이 점포 확대의 원인이다.
인력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0년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2935명이었으나 작년 말 3만6161명으로 5년 전보다 15.78% 줄었다. 2012년 이후 지속된 인력 구조조정의 결과,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정규직 대신 계약직 직원들이 채우고 있다.
1분기 상위 20대 증권사 임직원 현황을 보면 전체 직원 3만174명 중 계약직이 6303명으로 20.8%를 차지했다. 이 같은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증권사 중에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71.7%를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직원 1411명 중 계약직이 1012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약직 비율이 늘면서 전통적으로 증권사 브랜드를 강조하던 증권맨 문화가 사라지고 성과주의에 따라 이리저리 직장을 옮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