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 충전기업체 시그넷시스템이 북미 충전기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공용 급속충전기 설치 수에서 닛산·ABB에 이어 3위를 달리며 보쉬·이튼까지 제쳤다. 1위 닛산이 지난해부터 자체 구축 물량을 외부주문 제작으로 전환하면서 2위까지 치고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25일 북미 전기차 충전소 정보공유사이트 `플러그셰어(PlugShare)`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누적) 북미 공용 충전소에 1338기 급속충전기가 구축·운영 중이다. 이 중 32%는 닛산이 구축한 급속충전기(차데모 규격)가 430기로 가장 많았고, 글로벌 전력설비 기업 ABB가 263기, 한국 시그넷시스템이 153기를 깔았다. 이어 에파세스(Efacec)·블린크(Blink)·이튼(Eaton)·보쉬(Bosch)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시그넷시스템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50㎾h급 급속충전기를 개발해 2013년부터 일본 마루베니상사 등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 충전기를 수출했다. 플러그셰어에 공개된 공용 충전소 뿐 아니라 2014년부터 글로벌 IT기업과 대학을 비롯해 다수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했다. 공공시설 물량(153기) 이외에도 기업 등 사설 부지에 구축한 급속충전기까지 합치면 230기에 달한다.
올해 충전인프라 시장 전망도 밝다. 북미 공공시설에 가장 많은 충전기를 구축한 닛산차가 지난해부터 자체 구축하던 충전인프라 전략을 외주업체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시그넷은 이미 일본 마루베니상사를 통해 닛산USA 등에 급속충전기를 공급해 유리한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최근 BMW·폭스바겐·포드·혼다 등과도 충전기 공급을 위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공급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황호철 시그넷시스템 사장은 “최근 전기차 제작사나 충전서비스 사업자뿐 아니라 유통 및 전력회사까지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수요확대가 예상된다”며 “기존 50㎾h급 급속충전기에다, 100㎾h·20㎾h급으로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공용 충전소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충전서비스 사업자 차지포인트(ChargePoint) 등을 포함해 1338기가 운영 중이다.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기 `슈퍼차저(Supercharger)` 262기까지 합치면 북미 공용 충전소엔 약 1600기의 급속충전기가 설치됐다. 북미 전기차 누적판매량은 약 19만대로 전기차 100대 당 급속충전기가 1기 꼴로 깔리는 셈이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