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 내 3D프린팅 공간에는 별도 집진시설이나 환기시설이 없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이 전부였다. 제품 출력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먼지, 플라스틱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공업용 에탄올로 플라스틱을 녹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작업자는 사실상 무방비상태였다. 마스크와 장갑 착용 같은 개인 안전관리에만 의존했다.
26일 전자신문 확인 결과, 3D프린터를 운영하는 전국 12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대다수가 제조설비 작업공간에 별도 환기시설, 집진시설이 없거나 일반 환기시설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D프린터를 운영할 전문인력도 부족했다. 하드웨어 창업지원을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여온 3D프린터가 인력부족과 제도 미비로 반쪽짜리 장비로 전락할 위기다.
일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따르면 3D프린팅 작업 시 창문을 열거나 외부에 노출된 공간에서 3D프린터를 운영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진 때문에 작업장 외 별도 공간에 3D프린터를 설치하거나 작업장 내 칸막이를 치고 이용하는 센터도 있었다.
3D프린터를 들여놓고도 센터별 운영실태가 천태만상인 것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3D프린터 작업장을 만들 때 전문 용도가 아닌 일반적인 서비스 공간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작업장을 만들 때 가이드라인은 내려오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후 환기시설 설치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정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환풍구 역할을 하는)덕트 시공은 공사단계에서 고려되는 부분이다. 천장을 뜯어내는 공사여서 완공 후 시공은 쉽지 않다”며 “위험물질이 배출되는 환경이라면 일반 건물에 들어가는 환풍 설비보다 더 크고 설비 위치까지 감안해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작업장 배기문제를 인지했고 개선 중이라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11개 센터가 3D프린터를 운영하며 센터당 모델러는 한명에서 두명 사이가 맞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지만 현재 센터 3곳 중 1곳 꼴로 추가 환풍 기구 설치를 마쳤고 나머지 센터도 수개월 내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3D프린터를 운영하는 모델러 부족도 문제로 지적했다. 모델러는 주문자 요구가 제품 생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전문 인력이다.
한 업체 대표는 “모델러는 3명 정도가 팀을 이뤄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컨설팅하는 역할”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배치된 모델러는 1~2명 수준인데 제대로된 상담을 해주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델러가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출력만 해주는 단편적인 역할만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