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초점]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선출…‘갈등 해결’ 아닌 ‘미봉책’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부산시가 민간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를 이양, 올해 영화제 파행 위기를 넘기기 위한 봉합에 나섰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진일보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지난 1년 8개월 동안 이어진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해결된 게 아니다.

지난 24일 오후 부산 시청 대회의실에서는 2016 부산국제영화제 제1차 임시총회가 열렸다. 이날 임시총회의 안건은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당연직 조항 삭제와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이 공동으로 추천하는 사람을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이며 안건은 가결됐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은 첫 민간 출신 조직위원장의 자리를 맡았다.



앞서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기간인 지난 13일과 16일 프랑스 칸을 방문해 현지에 있던 국내 기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조직위원장 ‘내정자’ 신분이었던 김 조직위원장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내년 2월 정기총회로 예정된 정관 개정에서 지난 20년간 부산국제영화제가 견지해 온 ‘지원은 받지만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태책위원회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태책위원회

◇ 범 영화인 비대위, 갈등 화살은 영화제 아닌 ‘부산시’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 영화인 비대위)’를 결성해 ‘서병수 부산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즉각 실행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 및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철회와 부산국제영화제 부당간섭 중단’,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 등 영화제를 훼손한 일련의 잘못에 대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부산시에 요구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범 영화인 비대위가 요구한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으며, 결국 비대위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번에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선출됐지만, 비대위는 현재의 상황과 별개라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철회에 대해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우리가 요청했던 것들 중 하나도 시행한 것이 없다. 보이콧 철회는 회원들한테 찬반을 물어서 결정한 사항이라 안건 상정을 거쳐 재결정까지는 과정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일단 공식적으로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선출됐으니 이 사항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지금 상황이 마치 영화계와 부산국제영화제가 풀어야 하는 문제처럼 보여지고 있다. 우리는 부산시 측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부산시가 영화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숙제

김 조직위원장은 영화인들의 선봉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치른 후 내년에 있을 정관 개정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김 조직위원장은 24일 임시총회에서 칸국제영화제 방문 당시를 언급하며 “실추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재차 거절했던 조직위원장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김 조직위원장에게 이러한 숙제가 주어졌다.

출처: 전자신문
출처: 전자신문

◇ 빠듯한 준비기간

올해 부산영화제까지는 이제 약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준비를 위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은 “영화제와 관련해 전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년 해왔기에 기본이 되는 사항들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준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는 칸 영화제 기간과 맞물려 있다. 이 시기에 작품들을 선정하고 봐야하기에 칸 영화제 이후에 본격적으로 영화제의 준비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조직위원장이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프랑스 칸을 방문한 것도 영화제 준비를 하기 위한 맥락이었던 셈이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올해 영화제 진행 준비는 잘 되고 있다. 올해도 부산영화제에 지난해와 같은 지원을 할 것이다. 일련의 사태가 있었던 만큼 올해는 더 신경 써서 지원을 많이 할 것이다. 경찰의 협조, 행정업무 등 부산시의 지원 없이는 영화제를 개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문제는 존재한다. 그동안 영화제 개최가 불투명했기에 민간 스폰서들 또한 참여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 지원금 60억 원 등을 포함해 모두 123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120억 원이었던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총 9억5000만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지난해 지원금 8억 원 보다는 많지만, 2014년도에 배정된 14억6000만원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다.

민간 지원금의 경우에는 기업의 협찬이나 티켓 판매 등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영화제에 대한 신뢰를 주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영화제 규모의 축소는 피할 수 없게 된다.

◇ 모든 갈등 끝났나? 이제 시작일 뿐

영화인과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사항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냐는 것이다. 국내 작품들의 수급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영화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패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때문에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는 김 조직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빠듯한 시간 내에 프로그램 선정에서부터 영화인 초청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사항들이 즐비하다. 김 조직위원장이 영화계의 뜻을 얼마나 관철시키는지가 중요하다.

말 그대로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된 쟁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올해 영화제가 선행돼야 앞으로 있을 영화제 또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