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연두교서에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연두교서에는 항생제 내성 세균, 일명 슈퍼박테리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6억달러를 쏟아붓겠다는 것과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국가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 연두교서에는 현재 매년 2만4000명이 항생제 저항성 문제로 사망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담겨 있다. 이는 유럽연합이 집계한 EU 사망자 2만3000명을 능가하는 수치다.
2014년 작성된 영국 항생제 저항성 관련 리뷰를 보면 2050년에는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항생제 저항성으로 사망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시기 암에 의한 사망자 숫자인 820만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항생제 저항성 문제가 얼마나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보고서가 발표되고 같은 해 영국에서는 지난 300년간 없었던 경도상(Longitude Prize)을 부활하고 우리나라 돈으로 170억원이나 되는 상금을 걸었다. 수상 대상은 모두 6개다. 치매, 항생제 내성, 비행, 식량, 마비환자 치료, 식수 등이다.
항생제 내성을 획기적으로 극복한 기술 발굴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원래 경도상은 위도만 존재하던 시기에 영국에서 치명적인 해상 사고 원인을 찾던 중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한 상이다. 경도를 만들게 된 계기가 돼 경도상으로 불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항생제 저항성 미생물과 전면전을 선포하고 모든 화력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에 국내 사정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항생제 사용량이 가장 많다. 육가공, 어류에서도 항생제가 지속 발견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보건, 농·축·수산, 식품, 환경 분야 전문가와 정부 관계부처 고위공무원들이 참여하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늦었지만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당연히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상식처럼 됐다. 농업, 어업 현장에서는 가축과 물고기 체중 증가를 위해 항생제나 유사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항생제 내성 문제를 대처해야 할까.
먼저 정확한 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항생제 내성 환자와 내성이 원인이 돼 사망한 환자 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각 병원과 농업현장에서는 이를 대체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한 전폭적인 연구비 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메르스사태 이후에 정부 부처에서는 `감염병`이라는 화두로 많은 연구 기획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획이 `감염병=바이러스병`으로 치부되고 있어 안타깝다.
바이러스는 돌발성으로 발생해 단기간에 다수 사망자를 내기에 그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만 슈퍼 박테리아는 상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많이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건강 측면에서는 꼭 해결해야 할 감염병이다.
우리는 항생제 저항성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게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위기가 가장 큰 위기”라는 표현이 있다. 사람은 인식 후에 반응한다. 항생제 저항성 문제를 바라보면서 정확한 인식과 반응이 더 없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장 cmryu@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