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폐기, 변압기, 전선 등 중전기기제품 시험인증 대기 적체가 풀린다. 처리 시간도 대폭 줄어 제 때 시장대응이 가능해진다. 해외기업 제품 인증 수요도 처리할 수 있게 돼 연간 수십억원 가량 인증수익도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4000㎹A 대전력시험설비 종합 시험운전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시험인증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A(Mega-Volt-Ampere)는 전력공급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4000㎹A는 여의도 63빌딩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하거나 일반 가정 50만 가구가 하루에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4000㎹A 대전력시험설비는 순간 고전압, 대전류를 방출해 가상의 비상상황을 만들어 개폐기, 변압기, 전선, 피뢰기 등 전기·전력 제품 성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장비다. 해외시장에 중전기기를 팔려면 이 시험 결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KERI는 지난 2011년 총 용량 4000㎹A설비 증설에 나섰다. 2000㎹A급 2기를 신설 했는데 각 설비가 기존 4000㎹A급 설비와 동일한 성능을 내기 때문에 사실상 4000㎹A 설비 3기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KERI 측 설명이다.
시험인증 대기나 처리 시간은 대폭 줄어들게 됐다. 4000㎹A 대전력시험설비 1기만 운영하던 시절 시험인증 서비스는 연간 3000시간 제공했지만 앞으로 7000시간까지 늘어난다.
KERI는 지난 1982년 1호 설비 가동 이후 국내·외 중전기기업체 시험 인증 수요 증가로 시험적체에 시달렸다. 업체도 신청 이후 시험 인증까지 최대 6개월을 기다리면서 신제품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증설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기반조성사업센터 출연 기금과 KERI의 민간 부담금 등 총예산 1650억원이 투입됐다. KERI는 당초 시험료를 올해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인증 수익에 따라 최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윤택 KERI 증설사업본부 팀장은 “(다음달부터) 기존 4000㎹A 설비 포함 총 3기 설비를 가동할 수 있게 돼 시험인증 공백이 없어졌다”며 “인증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인터뷰-김맹현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시험본부장
“이번 증설로 600여개 중전기기업체가 혜택을 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모두 수용하지 못한 해외 기업 인증 수요도 이제는 상당수 처리할 수 있어 수익도 대폭 증가할 전망입니다.”
김맹현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시험본부장은 “4000㎿A 시험설비 증설로 만성적인 시험 적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KERI 첫 4000㎿A 대전력시험설비는 올해로 32년째 가동중이다. 그동안 수많은 중전기기 제품이 KERI를 거쳐 국내외 시장에 팔려 나갔지만 우리 전력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시험 적체도 심화됐다. 설비 유지보수 기간이 되면 시험인증이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김 본부장은 해외 기업 인증 수익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KERI는 그간 해외 기업 인증 비율을 20% 수준으로 제한해 왔다. 이번 증설로 인해 해외 업체 인증 비중을 늘리면 연간 약 40억원 내외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으로서 위상도 높아진다. KERI는 네덜랜드 KEMA에 이어 세계 2위 시험인증기관이다. KEMA도 올해 하반기 4000㎹A 대전력설비 증설로 총 설비용량을 1만2000㎹A로 키운다.
김 본부장은 “이번 증설로 KEMA와 간격은 유지하고 3위 기관인 이탈리아 CECI와 격차는 더 벌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