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를 강화한다. 롯데홈쇼핑 영업 정지에 이어 후속 재승인을 앞둔 사업자들이 긴장했다. 1995년 출범한 홈쇼핑이 사업 21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롯데홈쇼핑에 6개월 동안 하루 6시간 업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재승인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에 대한 행정 처분이다. 정부가 TV홈쇼핑 사업자에게 `특정 시간 대 블랙아웃(송출중단)` 처분을 내린 사상 초유의 사태다.
미래부 관계자는 “감사원은 롯데홈쇼핑이 (비리 임직원) 해당 사항을 누락하면서 평가기준 과락을 면했기 때문에 재승인을 받았다고 봤다”면서 “방송법 제18조 등 규정에 따라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력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프라임 타임으로 처분 수위를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제18조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받은 방송 사업자에게 6월 이내 기간을 정해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롯데홈쇼핑은 법이 정한 최고 수위의 처분을 받은 셈이다.
앞으로 홈쇼핑사업자가 수시로 영업정지를 받는 일은 더 나타날 수 있다. 사례가 이미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총리실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TV홈쇼핑 재승인 기준 강화 정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총리실은 미래부, 공정거래위원회와 TV홈쇼핑 재승인 개선책을 마련해 8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재승인 절차가 형식에 그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재승인 가이드라인에는 원칙적으로 TV홈쇼핑 불공정 거래나 비리가 적발되면 재승인을 허가하지 않는 쪽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 원칙을 담을 예정이다.
유료방송 송출수수료 갈등도 예상된다. 통상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채널당 발생 매출, 가입자 수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롯데홈쇼핑은 프라임 시간대 매출 손실을 이유로 송출수수료 인하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케이블TV는 2015년분 송출수수료에 관해 전년 대비 동결 또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TV홈쇼핑 업계는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V홈쇼핑 성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정부 규제까지 강화되면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다른 유통 사업자와 달리 미래부, 공정위, 방통위 등 복수 기관에서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면서도 사업 자율권을 보장하는 정책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특정 시간대로 징계 수위를 한정했지만 롯데홈쇼핑과 중소협력사 피해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리는 프라임 타임 방송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기준 6개월 동안 프라임 타임에 5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소 협력사 비중은 55~65%다.
미래부는 유예기간 4개월 동안 TV홈쇼핑, T커머스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해 롯데홈쇼핑 협력사 입점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에서 단독으로 상품을 판매한 사업자가 해당 채널 기준에 따라 입점을 거부당하거나 상대적으로 불리한 시간대에 편성되는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