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덴마 `네트워크 더미`

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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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드`로 유명한 양영순 작가가 2010년부터 7년째(중간에 1년가량 휴재)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덴마`는 국내외를 통틀어 독특한 소재, 풍부한 상상력, 뛰어난 연출력, 유려한 작화실력, 철학적 깊이 등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비교할 만한 작품을 찾기가 힘든 명작이다.

덴마를 보고 있노라면 `금강산 1만2000 봉우리도 그릴 기세`를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방대한 작품 구석구석 어느 하나 대충 그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솔직히 `인간이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그렸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우주시대가 열린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판타지 작품에는 너무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과학철학과 기술이 난무하지만 201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관심이 가는 기술 중 하나가 `네트워크 더미`다.

비교적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네트워크 더미에서 `더미`는 원래 `실험용 인체모형`을 의미한다. 덴마에서 `고드`라는 등장인물은 행성 전체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천재 과학자다. 고드는 음모에 빠져 의식체계만 복제된 채 육체를 잃는다. 그의 의식체계는 여러 실험체(더미)로 옮겨진다. 노인, 여성, 격투기 선수를 넘어 고양이, 돌고래와 새, 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그의 더미가 된다. 이 지옥 같은 실험실을 탈출한 고드는 도망을 치지만 결국 적이 보낸 킬러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다.

고드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탈출방법은 네트워크 속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의식체계를 다양한 육체로 옮기듯 네트워크 속으로 뛰어들었다. 네트워크가 더미가 된다는 의미에서 `네트워크 더미`다. 덴마에서는 의식체계가 네트워크로 들어가면 잉크가 물에 풀리듯 흩어져버린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마디로 자아를 상실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드 박사는 다행히 네트워크 속에 무수히 떠도는 `살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깨어나며 의식이 네트워크 속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는다.(그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네트워크로 들어간 고드 박사의 의식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기계와 접속이 가능해진다. 기계를 마음껏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네트워크 안의 신`이 된다. 사실 그의 이름 `고드`에 이미 `신(God)`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네트워크 더미가 오늘날의 관점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도 네트워크 사회가 오래전 도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오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만물인터넷`이라고도 부른다. 모든 사물에 인터넷을 달아 만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개념이다. 이제 네트워크의 신 고드가 나타난다면 모든 인간과 사물은 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섬뜩한 이야기다. 물론 아직까지는 만화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