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칸 영화제, 여전한 ‘자기 식구 챙기기’…수상 비결은 심사위원의 ‘취향저격’

사진: 칸영화제 홈페이지
사진: 칸영화제 홈페이지

칸영화제가 지난해 자국 영화 몰아주기라는 불명예를 채 씻기도 전에 올해도 일반 관객 및 영화 매체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수상으로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노장 예우와 칸 출신 감독의 우대 등 ‘자기 식구 챙기기’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심어줬다.

올해는 조지 밀러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프랑스 감독 아르노 데스플레생, 배우 커스틴 던스트, 이탈리아 배우 발레리아 골리노,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 ‘사울의 아들’로 지난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라즐로 네메스 감독, 배우 바네사 파라디, 이란 프로듀서 카타윤 샤하비, 캐나다 배우 도날드 서덜랜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 대상은 스물일곱의 젊은 감독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이 차지했다. 공동 수상한 감독상 중에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가 있다.

사진: 영화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좌), '단지 세상의 끝'(우) 포스터
사진: 영화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좌), '단지 세상의 끝'(우) 포스터

켄 로치 감독은 무려 13번이나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는 지난 2006년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 반열에 올랐다.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는 부상당한 후 보상 받으려는 목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켄 로치 감독이 늘 관심을 기울여온 노동계급에 관한 영화다. ‘매드맥스’ 시리즈를 통해 계급, 여성 해방 운동 등의 풍자를 담아낸 올해 심사위원장인 조지 밀러 감독의 취향 저격에 성공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칸이 애정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젊은 인재다. 그가 20세에 만든 장편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가 칸에 초청된 뒤 줄곧 칸의 초대장을 받았고, ‘마미’(2014)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27세의 나이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사야스 감독은 지난 2014년 경쟁부문에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초청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자비에 돌란 감독과 함께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들 심사결과를 두고 현장에 있던 언론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야유와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지만 위에 언급된 작품들은 칸 영화제 기간 평점을 매기는 스크린 데일리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중간치를 기록하거나 최악에 가까운 낮은 평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진: 영화 '토니 어드만' 스틸컷
사진: 영화 '토니 어드만' 스틸컷

스크린 데일리는 영화제 기간 동안 미국, 영국, 스페인 등 11개국의 평론가들의 평가를 자체 집계한 결과를 전하고 있다. 프랑스 영화지인 르 필름 프랑세즈도 프랑스 15개 매체의 평점을 모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의 평가가 영화제 수상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전문가의 견해로 작품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와 ‘단지 세상의 끝’은 미국, 영국, 스페인 등 11개국의 평론가들의 평가를 자체 집계한 스크린 데일리에서 각각 4점 만점에 2.4점과 1.4점을 받았다. ‘퍼스널 쇼퍼’는 자국의 영화지인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0.9점이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스크린 데일리 역대 최고 평점인 3.8점을, 르 필름 프랑세즈는 경쟁작 중 가장 높은 점수인 3.0점을 받은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은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두 영화지의 평가가 종종 엇갈리는 경우는 있지만, 양쪽 모두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작품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조지 밀러 심사위원장은 ‘토니 어드만’이 수상자 명단에 누락된 것에 대해 “21편의 영화가 경쟁하는데 상은 단지 8개뿐이다. 그래서 아마 수상했어야만 했다고 생각하는 여러 영화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단의 심사결과는 영화제 기간의 현장 분위기와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낸 ‘자기 식구 챙기기’식 선택으로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의 사정도 칸영화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구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점점 커지고 있는 아시아 영화 시장을 고려할 때 작품을 바라보는 고른 시선은 서구 영화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