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은 모두 190여만건이다.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행정기관의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행정은 일방의 관 주도 업무추진 방식이었다. 하지만 정부3.0 시대 행정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양방향, 맞춤형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민원처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단순히 개별 민원을 적절히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적된 민원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 요구의 흐름을 파악,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수많은 데이터와 경우의 수를 조합해 빠르게 계산해 내고 상대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놀라운 알파고의 능력은 빅데이터 활용의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새삼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행정기관도 공공 정보 자료를 이용, 정책 개발과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민원 빅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정책을 개선·보완하고, 반복되는 민원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민원분석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오고 있다.
민원분석시스템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 제출된 연간 약 190만건의 민원을 유형별, 발생 시기별, 민원유발 법령별로 체계화해 분석한다. 그 결과를 관계 기관에 제공, 필요한 경우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또 주기로 반복되는 민원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원예보제`도 운영하고 있다.
제도의 근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민원의 주요 원인과 법령상의 미비점을 분석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11~2015년 1061건의 민원 분석 결과를 관계 기관에 제공해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기관의 일선 경찰서까지 확대, 민원수수료의 카드결제 허용 확대, 커피믹스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등 263건을 개선했다.
또 민원예보제를 통해 결혼철 예식장 관련, 여름철 악취 관련, 휴가철 국내여행 관련 등 다양한 민원 분석 자료를 관계 기관과 국민에게 미리 알림으로써 언론과 네티즌 등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본인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더욱 적극 반영되고, 정부가 실생활에 유익하고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행 민원분석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 수립과 개선 방안 마련 과정에 대한 정책 수요자의 참여 내실화, 전문 분석관 양성, 분석 결과의 적시 제공 등은 더욱 고도화해야 할 부분이다.
집단지성으로 최대화한 국민 공감의 정책 실현을 위해 올해 3월 개통한 국민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민원분석시스템과 연계해 활성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적성해(露積成海)`란 말이 있다. 이슬 방울이 모여서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노적성해처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 불편이나 권익침해 민원에 대해서는 작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실질적 해소를 위해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stasung@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