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첨단 달리는 스마트카드 요소 기술…`포스트 스마트폰` 대안 될까

스마트카드 부품 및 기술의 핵심은 박막화, 소형화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모듈 같은 구동 부품은 물론 기기의 뼈대 역할을 하는 연성회로기판(FPCB) 역시 더욱 얇고 작은 형태로 혁신해야 한다. 기존의 카드 크기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편의·보안 기능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신용카드(아래)와 지문인식 스마트 신용카드의 두께 비교
기존 신용카드(아래)와 지문인식 스마트 신용카드의 두께 비교

업계는 스마트카드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집적회로(IC) 칩과 패키징 설계를 바꾸고 새로운 공정 기술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신기술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 개척에 활용될 여지도 크다.

크루셜텍은 코나아이가 출시할 지문인식 스마트카드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한다. 회사는 그 동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정전용량 방식 지문인식 모듈을 주력 생산했다. IC카드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한 것은 처음이다.

코나아이와 크루셜텍이 개발한 지문인식 신용카드
코나아이와 크루셜텍이 개발한 지문인식 신용카드

스마트카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듈 두께를 아주 얇게 혁신했다. 신용카드 국제표준 규격은 0.84㎜ 두께를 요구한다. 이 규격을 준수해야만 결제 단말기나 자동입출금기(ATM) 등에서 정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회로기판, 카드 패키징 등을 감안하면 지문인식모듈은 0.5㎜ 안팎의 초박형으로 만들어야 내장할 수 있다. 크루셜텍이 코나아이에 공급하는 지문인식 모듈은 두께가 0.4㎜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에 공급하던 지문인식모듈은 두께가 2~3㎜였다. 스마트카드에 지문인식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모듈 두께를 기존에 비해 5분의 1 이하로 줄였다.

크루셜텍이 스마트폰용으로 생산하는 지문인식모듈
크루셜텍이 스마트폰용으로 생산하는 지문인식모듈

지문인식모듈은 크게 IC칩, 패키징, 인식 알고리즘으로 구성된다. 크루셜텍은 코나아이 스마트카드용 지문인식모듈에 스웨덴 핑거프린터카드(FPC) 지문인식 센서 칩을 썼다. 센서와 패키징 모두 기존보다 두께는 얇아지고 너비는 조금 넓어졌다. 카드 형태에 최적화된 모듈 하드웨어(HW)를 구현했다.

지문인식 알고리즘은 인식 정확도를 높였다. 스마트카드 임베디드 시스템은 스마트폰에 비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낮다. 저사양 환경에서도 지문 인식을 정상으로 구현하려면 알고리즘 고도화가 필수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지문인식 모듈 기술은 IC, 패키징, 알고리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칩과 패키징 기술이 복합 발전한 결과 초박형 모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임베디드 시스템은 대체로 저사양이기 때문에 인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 역시 핵심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 기술은 또 한 번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피가 큰 출입통제시스템에 광학 방식의 지문인식이 활용되다가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형태로 진화했다. 코나아이와 크루셜텍 성과로, 그보다 더 소형화된 스마트카드 형태 지문인식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전망이다.

코나아이와 크루셜텍이 개발한 지문인식 신용카드
코나아이와 크루셜텍이 개발한 지문인식 신용카드

스마트카드 구동 부품인 지문인식모듈, 배터리, 디스플레이는 모두 FPCB 위에 배치된다. FPCB를 기존보다 얇게 만들지 않으면 초반부터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스마트카드에 쓰이는 FPCB는 두께가 아예 수십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내려간다. 이 정도의 FPCB를 제조하려면 공정 혁신은 필수다.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는 잉크테크가 꼽힌다. 잉크테크는 전자잉크·인쇄전자 전문 기업이다. 인쇄 방식 FPCB를 2분기 안에 양산할 방침이다. 스마트카드와 음향 기기 같은 틈새시장 진입이 목표다. 잉크테크가 만드는 FPCB는 두께가 60㎛에 불과한 초박형이다. 일반 FPCB의 두께는 120㎛ 수준이다.

잉크테크는 인쇄전자 공정으로 FPCB를 만든다. 기존의 절반 두께 FPCB를 만드는 비결이다. 일반 FPCB는 원재료를 깎아 내려가는 에칭 공정으로 만든다. 반면에 인쇄방식 FPCB는 필요한 만큼만 재료를 쌓는 방식으로 만든다.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 위에 잉크를 올리는 것과 유사하다. 박막과 미세 패턴 구현에 유리하다.

에칭 방식 FPCB는 100㎛ 이하 두께를 구현하기 어렵다. 100㎛ 이하로 깎아 내려 가더라도 생산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스마트카드에 들어갈 수 있는 FPCB를 만들려면 인쇄 공정이 유리하다는 게 잉크테크의 판단이다.

잉크테크 관계자는 “스마트카드는 기기 자체가 얇기 때문에 FPCB도 초박막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원재료를 깎아 내는 기존의 공정보다는 얇게 쌓는 인쇄 공정이 초박막과 미세 패턴 구현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인쇄 방식 FPCB는 미세 선폭 구현에도 유리하다. 선폭을 50㎛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기존의 FPCB는 선폭이 60~8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쇄전자 공정은 더 얇고 정밀한 FPCB를 만드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잉크테크는 인쇄 방식 FPCB 양산 성과가 틈새시장에서 회사 지위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카드 외에도 음향 기기, 장축 FPCB에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보다 단순한 공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13~14단계 공정은 6~7단계로 줄일 수 있고, 전자잉크 재료와 장비 및 공정 기술을 모두 확보하는 등 스마트카드를 비롯한 `포스트 스마트폰` 틈새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잉크테크 관계자는 “아직 FPCB 시장은 에칭 방식으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쥐고 있지만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면서 “스마트카드 외 소형 음향 기기의 성능을 높이는 데에도 박막형 FPCB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