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인터뷰-김태리②] ‘하녀’ 김태리와 박찬욱 감독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충무로의 신데렐라’. 요즘 신인배우 김태리를 부르는 수식어다. 영화 ‘아가씨’에서 아가씨 김민희와 함께 투톱을 맡은 하녀 역의 김태리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에게 발탁됐다. 그는 감독의 믿음대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당찬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가씨’가 ‘하녀(The Handmaiden)’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 투톱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김민희가 맡은 ‘아가씨’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미국에선 ‘하녀’인 김태리에게 더욱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제목을 바꾼 것은 박찬욱 감독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당연히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목이기도 하지만, 김태리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하녀’라고 제목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민망했고,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부담스러웠다. 사실 나는 ‘하녀’보다 ‘아가씨’란 제목이 좋다. 1~3부에서 아가씨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고, 내 입에서 ‘아가씨’란 단어가 나오는 게 너무 좋다. 아가씨란 단어 자체가 신비롭지 않나.”

이번 작품이 첫 영화이기 때문에 김태리는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의지했다. 촬영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감독님은 가정적인 분이고 다정하다. 말 하나도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말씀하시는데, 그 속에 재미도 추구하신다. 워낙 지식의 양이 방대하니까 대화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았다. 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내용뿐만 아니라 촬영감독, 미술, 감독의 전작 이야기 등 대화거리가 무궁무진하게 해서 재밌었다. 감독님이 언급하신 작품은 생각해놨다가 본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촬영할 때, 오케이도 잘 하시는 편이다. 시선이 정확하시니까 만족할 만한 신은 한 번에 오케이를 하시고, 굳이 여러 번 가지는 않는다. 다만 허투루 넘어가진 않으신다.”

사진=김현우
사진=김현우

감독과 배우의 호흡은 매 신에서 중요하지만, 서고에서 책을 찢고 책장을 밀어버리는 액션이나 도자기로 된 뱀을 내리치는 신은 둘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깨부수는 게 재밌었다.(웃음) 책을 만지다가 살짝 베서 살색 테이프를 붙이고 촬영했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그런데 액션이 자잘하게 들어가야지 부수는 맛이 있는데, 너무 스케일이 커서 조절이 힘들었다. 가장 웃겼던 것은 한 책장에 두 칸의 책을 밀쳐내는 신이었다. 카메라가 앞에 있었는데, 내가 너무 한 번에 와르르르 쏟아버리니까 촬영 감독님이 헛기침을 하더라.(웃음) 숙희가 힘들게 밀쳐야 했는데, 내가 너무 쉽게 한거다. 막대로 도기 뱀을 깨는 장면에서는 헛몽둥이질을 해서 너무 창피했다. 뱀 소품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조금 덜 디테일했다. 디테일한 뱀으로 끝내자 해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다행히 헛몽둥이질 이후엔 제대로 쳐냈다.(웃음)”

좋은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탓일까. 그는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배역을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작품을 들어갈 때 감독님이 제일 중요하다. 배우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이끌어주는 감독님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능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기 때문에 좋은 감독님과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