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부분은 더 밝고 선명하게, 어두운 부분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퀀텀닷(quantum dot.)`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얘기다. 퀀텀닷은 지난해 TV에 적용, 더 생생한 콘텐츠 감상을 가능케 하는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삼성 SUHD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10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신화를 일궜다. 지난 10년 사이 매출액과 판매량이 각각 갑절 이상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UHD TV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 기준 점유율 34.1%로 전년도에 이어 30%대 중반 시장 점유율을 수성했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미래 디스플레이 `퀀텀닷`
`퀀텀닷`은 이른바 `양자점`이라 불린다. 물질 크기, 모양에 따라 나노 크기 영역에서 광흡수와 광발광 파장이 달라지는 `양자 국한 현상`을 보이는 초미세 반도체 나노 입자를 가리킨다. 수치로는 0.000000001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지구 크기가 1이라면 축구공 정도가 퀀텀닷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퀀텀닷이 생소한 소재는 아니다. 서양 교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대표적인 퀀텀닷 적용 사례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고온에서 유리와 각종 금속을 녹여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화합물이 나노 입자 크기로 변한다. 일종의 퀀텀닷이다. 물론 중세에 퀀텀닷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았다. 본격적인 연구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퀀텀닷은 입자 크기와 모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나노미터(㎚) 퀀텀닷은 푸른색을, 6㎚ 퀀텀닷은 붉은색을 구현한다. 빛 흡수율도 높아서 빛 손실 없이 화소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손실이 없다는 말은 적은 에너지로도 발광 효율이 탁월하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광화학적 안정성과 높은 색 순도, 높은 광효율, 좁은 발광폭 등으로 색 표시를 요구하는 무엇이든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퀀텀닷 SUHD TV는 약 10억개 색을 구현한다. 일반 LED TV 구현 가능 색 수가 1600만개인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준이다.
퀀텀닷은 기존 LCD 제조공정에 쉽게 적용 가능하다. 공정이 단순하다는 말은 가격과도 연관된다. 다양한 크기에도 대응한다. 특히 대형화면에 적용하기 용이하다. 나노 크기 반도체가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하기에 무기물인 디스플레이와 만나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탁월한 내구성을 발휘한다.
미래 디스플레이로 퀀텀닷이 주목받는 이유다. 쉬운 공정으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하고 뛰어난 색재현율, 높은 밝기 구현, 에너지 효율성, 긴 수명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 디스플레이의 대안으로 꼽힌다.
◇퀀텀닷 연구 개발 `삼성의 뚝심`
다양한 특장점을 두루 갖춘 퀀텀닷이지만 상용화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난제를 모두 해결한 결과물이 최근 출시된 SUHD TV인 셈이다.
가장 큰 난제는 `카드뮴`이었다. 카드뮴은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요즘에는 말 그대로 독성물질 TV가 현실화되기 어려웠다. 학계에서는 카드뮴이 퀀텀닷을 구현하는 탁월한 소재로 알려져 있었기에 카드뮴 없는 기술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로 여겨졌다. 그만큼 카드뮴 색재현율은 놓치기 어려운 성질이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비카드뮴 퀀텀닷 SUHD TV에 대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 당시에도 카드뮴 없이는 퀀텀닷 디스플레이 특유의 색재현력과 명암비 장점을 구현하기 까다롭다고 여겨왔다.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 교수는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었고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소니는 과거 퀀텀닷TV를 시장에 내놨지만 카드뮴이 포함돼 있었기에 1년여 만에 제품을 철수했다. 중국 업체들도 카드뮴이 들어간 퀀텀닷 제조공정의 용이함을 앞세워 여러 제품을 선보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유럽 로하스 환경규제 등 유해물질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뮴 없는 퀀텀닷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퀀텀닷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산소, 수분, 열에 취약한 퀀텀닷 소재를 안정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주일을 꼬박 투자해 만든 디스플레이가 불과 한 시간 만에 꺼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입자 하나하나를 감싸는 `4중 보호막` 신뢰성을 획득하는 데 2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뚝심 있게 퀀텀닷 연구를 단행했다. 그 결과 독자 기술로 관련 특허만 150여건을 확보했다. 나노 크기 입자로 순도 높은 색을 구현하는 `퀀텀닷 컬러` 기술을 비롯해 `HDR`와 패널, 백라이트, 소재 등 첨단 기술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자연색을 품은 TV
새로운 디스플레이 성능을 고객에게 알릴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TV는 탁월한 디바이스다. 퀀텀닷 또한 TV로 소비자 눈앞에 섰다.
퀀텀닷은 입자 사이즈만 바꿔도 투과된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에 활용하면 청색이나 백색 LCD로부터 빛을 받아 효율성이 탁월하고 색도 선명한 밝은 빛으로 바뀐다.
보통 형광체는 빛이 나오는 파장인 발광폭이 보통 60㎚에서 80㎚ 정도다. 퀀텀닷은 20㎚ 수준으로 기존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로 발광폭이 좁아서 순도 높은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같은 빨간색이라도 발광선 폭이 넓으면 그 주변 색이 같이 섞이지만, 발광폭이 좁으면 더 선명하고 순수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나노미터 크기 퀀텀닷 결정 크기를 조정하면서 순수한 색깔로 만들 수 있다.
퀀텀닷을 이용해 순수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가 표현할 수 있는 색상 표현 범위가 더 넓어진다.
TV에서 색재현율만큼 중요한 요소가 화면 밝기다. 퀀텀닷은 기존 LCD 디스플레이보다 더 순수한 색상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전력효율이 30% 이상 개선됐다.
기존 대비 전력을 덜 쓰면서도 더 밝고, 더 선명한 색상을 표현하게 되면서 HDR 표현에도 장점이 생겼다. TV에서 기존 LCD 디스플레이 밝기는 350니트 내외고 밝을 경우 500니트 수준이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삼성 SUHD TV는 최대 1000니트까지 밝아졌다.
HDR는 원래 사진에서 출발한 기술이다. 이미지의 어두운 부분에서부터 가장 밝은 부분까지의 명암비를 극대화해 디테일을 표현한다. 밝은 부분에서 밝기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고, 어두운 부분에서도 검정색의 깊이를 표현해 실감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20세기 폭스는 영화를 마스터링할 때 HDR1000이 지원되는 삼성 SUHD TV를 사용해 영상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삼성 TV가 최고의 화질과 기능으로 유럽 최고 권위 매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 등과 같이 뛰어난 제품을 앞세워 유럽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2세대 퀀텀닷 적용, 업그레이드 SUHD TV
삼성전자는 올해 2세대 퀀텀닷 기술을 채택한 SUHD TV를 출시했다. 퀀텀닷 소재 효율을 향상시키고 컬러 맵핑 알고리즘을 개선해 더 밝은 화면과 순수한 컬러를 표현한다.
삼성전자는 최대 1000니트 밝기 HDR를 그대로 표현하는 `HDR1000` 기술을 전 모델에 채택했다. 밝은 영상을 표현할 수 있어 거실과 같이 일상생활이 주로 이뤄지는 밝은 장소에서 시청할 때도 화면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다.
SUHD TV 신제품에서 컬러 맵핑 알고리즘을 개선해 색상 정확도를 25% 향상시켰다. 1세대 퀀텀닷 기술보다 적은 전력으로도 더 밝은 색상을 구현한다.
TV 시청을 방해하는 반사광을 제로에 가깝게 감소시키는 `눈부심 방지` 패널로 어떤 환경에서도 편안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TV 리모컨으로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가능케 했다. 리모컨 하나로 TV는 물론 케이블TV, IPTV,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등의 셋톱박스, 홈시어터, 블루레이 플레이어, 게임 콘솔 등 다양한 주변 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다. 기기별로 별도 리모컨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했던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
스마트TV 서비스 `스마트 허브`도 크게 변했다. 타이젠 OS 기반 스마트 허브에는 기본 메뉴는 물론 방송,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화면에 통합해 빠르고 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즐길 수 있게 했다.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TV 플러스` 서비스도 확대해 고객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없애고 하나의 나사도 보이지 않도록 해 360도 어디에서 봐도 품격 있는 거실 인테리어의 오브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베젤이 보이지 않는 `베젤리스 디자인`은 화면이 TV 프레임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하면서 몰입감을 높여준다.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시장에 지난해보다 30% 이상 확대된 49인치부터 88인치까지 총 14개 SUHD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커브드 TV와 초대형 TV 인기가 높아지며 삼성전자는 커브드 TV는 열 개 모델로 확대하고 65인치 이상 초대형 TV도 여덟 개 모델로 늘려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88인치, 78인치, 65인치 대형 SUHD TV를 국내에 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TV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화면 신규 라인업으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TV 판매 10년 연속 세계 1위 품질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고객 취향에 맞춘 새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