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과 통화를 섞어 12조원 규모의 조선·해운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했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
정부 현물출자에 최대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 그동안 재정·통화 당국이 한은의 직접 출자나 자본확충펀드 보증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으나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에 극적 합의를 끌어냈다. 조선 3사도 10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일 유일호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구조조정 관계장관회의에서 “앞으로 구조조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5조~8조원 수준의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정부가 직접 출자를 통해 선도 역할을 하고, 상황에 따른 탄력 대응을 위해 정부와 한은이 함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1조원 자본확충펀드를 7월부터 활용한다. 10조원은 한국은행이 대출하고, 1조원은 기업은행이 자산관리공사의 후순위대출(1조원 한도) 형태로 참여한다.
캠코(자산관리공사)는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 자본 수요에 맞춰 상황에 따라 재원을 조달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행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코코본드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펀드는 원칙상 내년 말까지 운영되지만 매년 말에 펀드 계속 운영 여부 등이 검토된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의 지급 보증으로 한은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를 설치, 한은의 대출금 조기 회수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운영위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은,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신보, 기업은행, 캠코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한다.
정부와 한은으로부터 자본 확충을 받는 산은과 수은도 임원 연봉 삭감과 전 직원 임금상승분 2년간 반납, 성과연봉제 확대 등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산은은 성과연봉제를 4급 직원까지 확대 도입하고, 부서평가보다 개인평가를 늘린다. 올해 임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5% 줄이고, 내년 연봉도 일부 반납한다. 인력·조직도 대폭 축소된다. 현 정원 10%를 단계별로 감축한다. 3193명 임직원은 2021년 2874명으로 줄인다.
수은도 부장급 이상에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4직급 이상으로 확대한다. 임원은 올해 연봉을 전년 대비 5% 줄이고, 내년 연봉도 추가 반납한다. 현재 978명의 직원은 2021년까지 5% 줄인다. 현재 10명인 부행장은 2018년까지 8명으로 줄인다.
이번 합의로 급한 불은 껐으나 구조조정 재원을 한은 발권력으로 충당한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한은 직접 출자 방식이 대출 방식으로 완화됐지만 조선·해운업 등 특정 산업 지원을 위해 한은 발권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한은과 정부 모두 여론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