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한국보다 8개월 정도가 늦은 2014년 12월이었다. 하지만 토요타 수소연료전지차(FCEV) 미라이 판매대수는 2014년 4월 출시된 현대차 투싼ix를 이미 넘어섰다. 미라이 판매 시작 1개월 만에 계약 대수는 1500대를 넘어섰다. 지난 해 말까지 수주 대수는 세계적으로 3000여대에 달했다. 지난 해 생산능력은 연 700대 정도였던 탓에 그 중 3분의 1도 안돼는 890여대가 판매됐다. 그 중 일본에서 630대, 미국과 유럽에서 260대가 팔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다까지 가세했다. 혼다는 지난 3월부터 클래리티 모델 수소차 버전의 리스를 시작했다. 연내 약 200대 리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첫 양산형 수소차인 현대 FCEV인 투싼ix는 2014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누적 국내 78대, 해외 623대가 판매됐다.
두 차의 성공 여부를 말하기에는 너무 적은 숫자다. 토요타가 다소 앞섰다고 해도 도토리 키재기다. 연간 8000만대가 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물론 연간 200만대 정도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수소차 숫자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타는 2020년 이후에는 세계 연간 3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목표에 순조롭게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판매 여건들이 갖춰져 가는 덕이다. 그 이면에는 토요타 의지 외에 정부 지원과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 등 주변 요인도 크다.
최근 배기가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수소차가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다 다소 늦게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빠르게 안착해가고 있는 일본 수소차 보급 현장을 찾았다.
◇수소차, 왜 주목받나=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화학반응을 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달리는 차량이다. 수소는 차량에 탑재된 고압 수소 탱크에서, 산소는 공기 중에서 빨아들인다. 차량 내 연료전지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수소와 산소는 전기와 물로 변한다. 이 전기로 모터를 돌려 주행하는 것이 수소차다.
수소는 차량 내 탱크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부족해지면 충전소에서 충전을 해줘야 한다. 충전소는 수소 탱크와 압축기 등 규모가 큰 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구축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한다. 차량 자체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충전소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확산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차는 물 외에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데다 외부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까지 있어 궁극의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는 배터리에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료전지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상시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수소차가 비상 시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안전성도 강점이다. 수소 탱크는 비행기에서나 사용하는 소재로 튼튼하게 제작되고 있으며 센서가 수소 누출 여부를 끊임없이 감지한다. 설령 외부 화재로 인해 수소 탱크가 파괴된다고 해도 수소는 가벼워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리게 된다. 폭발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이와타니 수소 충전소 후쿠마 주니치 담당은 “충전소에서도 안전시설을 최우선으로 설계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수소차 보급 현황과 전망= 일본의 첫 수소차는 토요타자동차의 미라이다. 각종 세금 면제에 보조금까지 더 해지면서 미라이 출시 첫 달 수주량이 1500대에 달했다. 이들의 상당수가 아직도 차를 건내 받지 못했다. 인기가 높아 지금 주문하면 2년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일본에서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있어 지역별로 다르지만, 미라이 보조금은 감면 세금을 포함해 최대 397만3100엔(약 4280만원)에 달한다. 자동차 중량세와 취득세 감면에 클린에너지자동차 촉진 보조금(CEV) 최대 202만엔과 지자체보조금(CEV 보조금의 절반)을 합친 금액이다. 미라이의 가격은 723만6000엔이지만 소비자는 300만엔 대에 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지자체 보조금 2750만원을 받아도 5750만원을 내야 수소차를 살 수 있다.
연료비용도 가솔린에 비해 저렴하다. 도쿄 타워 인근의 이와타니 수소차 충전소에서는 1㎏ 충전비가 1100엔이다. 미라이에는 5㎏를 채울 수 있으며 1회 충전시 약 650㎞를 달릴 수 있다. 같은 거리를 연비 12㎞/ℓ 가솔린 차량으로 달린다면 약 7000엔 정도(리터당 130엔)가 든다. 수소차가 연료비도 30%가량 저렴한 셈이다.
이러한 인기 덕에 토요타는 생산능력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토요타는 2015년 연 7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었으나 올 해 연 2000대, 내년 3000대로 늘리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연 3만대 이상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토요타그룹의 히노자동차는 수소 버스 양산을 위해 개발 중이다.
토요타자동차 나카이 히사시 기술홍보부장은 “2020년이 되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2020년이 수소차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수소 충전소(스테이션)의 숫자도 한국보다 많다. 우리나라에 수소 충전소는 전국에 걸쳐 10개에 불과하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지난 해 말, 올 해부터 2020년까지 충전소 70개를 추가해 총 8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는 누적 52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올 해 5월 기준 일본 전국 충전소는 77개소에 달한다. 수도권(관동지방)에 35개소, 후쿠오카권에 12개소 등이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2030년까지 900여개로 충전소를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협력이 수소차 생태계 만든다= 수소차 특성상 인프라는 수소차 성공 여부를 가늠짓는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3사는 최근 수소 충전소 확충을 위해 수소 충전소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워낙 고가의 시설이지만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은 탓에 충전소 업체가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설 유지비용도 문제지만 일본에서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이 충전할 수 있어 고용 부담도 있다. 정부는 충전소 구축비용을 지원하고 완성차 3사가 운영비용을 지원한다.
토요타는 수소차 시장 확대를 위해 관련 특허 실시권을 무상화했다. 토요타는 연료전지 스택 관련 특허 1970건, 고압수소 탱크 290건, 연료전지시스템 제어 관련 3350건의 실시권을 2020년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
도쿄(일본)=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