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카메라모듈 업계도 새판 짜기에 분주하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최대의 카메라모듈 수요 시장이다. 스펙 경쟁도 유효하다. 2000만 화소급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도 나온다. 화소 경쟁이 한계에 부닥치자 광학식손떨림보정(OIS), 자동초점(AF) 같은 기능 경쟁이 시작됐다. 듀얼 카메라는 차기 애플 아이폰에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스마트폰 이후의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세가 차츰 둔화되기 때문이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B투자증권은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7.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날 후방산업을 떠받쳐 온 성장 엔진이 감속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머지않아 휘몰아칠 것으로 보이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지금 짜지 않으면 늦다.
대안으로는 스마트카, 드론, 가상현실(VR)이 꼽힌다. 이들 제품은 카메라 기술이 핵심이다. 지능화된 사물의 `눈`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전통의 기계장치지만 스마트카로의 전환이 가속되면서 카메라 탑재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8년까지 1만파운드(약 4536㎏) 이하 모든 차량에 후방 카메라 장착이 의무화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구성에도 카메라가 핵심 센서다. 전방 차로와 차량, 보행자 등의 인식에는 카메라가 쓰인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장착하려는 움직임도 올해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함께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드론은 촬영·정찰용으로 수요가 많은 만큼 카메라모듈 업계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VR 카메라에는 초광각 카메라 기술과 영상 합성 기술이 집약된다.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이른바 `미러리스 차량용` 카메라는 국내외에서 상용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엔 세계자동차기술기준조화포럼(WP29)은 지난해 11월 사이드미러 대체 카메라 사용을 인정했다. `영상이 거울과 같은 범위의 화질을 제공할 것`을 단서로 달았다. 우리나라도 오는 12월 사이드미러 대체 카메라 부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규를 개정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차량용 카메라 시장에 진출한 엠씨넥스는 최근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과 실차 시험을 완료했다.
사이드미러 대체 카메라는 자동차 업계에도 뜨거운 관심사다. 미국자동차제조사연합(AAM)에 따르면 사이드미러 대체 카메라는 주행 시 공기 저항을 최고 7% 낮출 수 있다. 이는 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공기 저항이 10% 줄면 연료소모량은 약 3.2%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서울모터쇼에 사이드미러 없는 준중형 콘셉트카 `노보`를 출품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수요 덕분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돼도 당분간 카메라모듈 시장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자동차, VR 등으로 수요가 다변화하면서 오히려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KB투자증권은 2013~2019년 카메라모듈 출하량 증가율이 연 평균 8.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모바일기기 출하량 증가율 2.1%보다 네 배 이상 가파른 성장 폭이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19년까지 카메라모듈 최대 수요처는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이다.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된다. 반면에 자동차, 군사, 산업, 항공 등 분야의 카메라모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다. 이들 전통 산업은 그동안 전자부품 채택에 다소 인색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전장화가 이제 막 시작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새로 개척할 영역이 많다. 스마트폰에 비해 물량은 적지만 단가가 높은 것도 매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카메라는 처음 고급차 위주로 탑재되기 시작하다가 영역과 차급이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기능이 다양해지고 중저가 차종에도 많은 카메라가 들어가면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대기업도 잇따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모두 차량용 카메라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차량 전장사업 핵심으로 카메라모듈에 주목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삼성전기보다 한 발 빠르게 자동차 시장 수요에 대응,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후발 주자지만 그룹 차원에서 `전장 사업 강화`를 선언,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삼성전자)의 `기술 창고` 역할을 해 온 기업으로서 전력투구하면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포스트 스마트폰` 진입 관건은 전환기 간극을 잘 메우는 것이다. 미래 수요에 대비하면서 스마트폰 시장도 사수해야 한다. 스마트폰 성장이 한 풀 꺾여도 당분간은 카메라모듈 최대 수요처로 남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전망에 따르면 2019년에도 카메라모듈 수요 84.7%는 스마트폰이 차지한다. 신흥국의 스마트폰 보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중저가 모델의 고화질 카메라모듈 탑재 비중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기 성장 동력으로 `듀얼 카메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면 업계 수혜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에는 LG이노텍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 소니가 고기능 카메라모듈 생산 중단을 결정, 단기성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독점 공급이 가시화됐다.
이미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권 제조사의 수요도 폭증할 수 있다. 화웨이, HTC, ZTE, 레노버 등이 듀얼 카메라 탑재 제품 양산에 이미 들어갔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듀얼 카메라는 업계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듀얼 카메라 탑재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스리서치(TSR)는 올해부터 스마트폰 시장에서 듀얼 카메라 채택 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에 불과하던 이 비중은 올해 7.6%, 2020년 27.5%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듀얼 카메라 출하량은 무려 332% 증가한다.
듀얼 카메라는 1개 모듈에 2개 카메라가 합쳐진 부품이다. 공급 단가도 기존보다 높고, 활용 폭도 다양하다. LG전자 V10은 광각 촬영에 듀얼 카메라를 활용했지만 3차원(D) 촬영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배경과 피사체를 따로 촬영해 합성하는 원리를 활용하면 고화질 촬영이 가능하다. 화소 경쟁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성능 개선 효과가 크다.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차기 스마트폰의 경쟁 핵심 도구로 듀얼 카메라를 주목하는 이유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