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간에서는 치매를 특정 단일 질환으로 보는 경향이다. 하지만 치매는 어떤 하나의 질병을 가리키는 의미이기보다, 특정 증상들의 집합인 하나의 증후군에 해당한다. 이에 치매라는 임상 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세분화할 시 그 종류는 70여 가지에 이른다.
이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 질환들 중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알츠하이머와 혈관성치매이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뇌질환에 속하며, 서서히 발병한 이후 점진적으로 증상이 진행된다. 그러나 혈관성치매의 경우 갑자기 증상이 발생하거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뇌혈관 질환의 영향으로 뇌조직에 손상이 가해져 발생하는 치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질환의 발생 원인은 현저히 다르지만, 유사한 양상의 공통적인 치매초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공통 치매초기증상이 나타날 시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명확히 파악한 이후, 적절한 치료를 진행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와 혈관성치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치매초기증상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그 중 하나는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기억력 감퇴이다. 일반적으로 이 기억력 감퇴 증상은 초기에는 단순히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잊는 정도이다. 그러나 증상이 진행될수록 그 정도는 심해져 나중에는 고향, 유년시절 겪었던 사건 등 오래된 과거만을 원활하게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증상이 더욱 악화될 시에는 이러한 오래된 과거조차도 잊을 수 있다.
경희서울한의원 박주홍 원장은 “성격의 갑작스런 변화도 치매증상 중 하나로 거론된다. 평생 유한 성격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노년층에 접어든 이후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거나, 주위의 물건을 던지는 등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대로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갑작스럽게 본래 성격과 정반대로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무기력해지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지남력의 저하가 공통 치매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남력은 시·공간과 사람을 인지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초기에는 날짜, 요일과 관련된 시간 지남력이 저하되고, 이후에는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기도 하는 등 장소 지남력 저하가 나타나는 경향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지남력의 저하는 가장 늦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민지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