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사업자가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TV홈쇼핑을 옥죄고 있다.
TV홈쇼핑 업계는 사면초가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활성화로 TV 취급액(거래액) 비중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T커머스나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방식의 커머스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도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방송 플랫폼의 다양화에 따라 고정형 TV 시청률도 하락세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매년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한다. TV홈쇼핑 업계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감안, 인하를 주장한다. TV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돌파구 없는 TV홈쇼핑
주요 6개 TV홈쇼핑사업자가 지난해 기록한 총 취급액은 15조8063억원 수준이다. 2014년(14조9694억원)과 비교하면 5.6% 늘었다. 2년 연속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내수 경기 침체, 백수오 및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이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탓이다. T커머스 출범과 스트리밍 방식의 N스크린 서비스 등 신규 방송 플랫폼이 고정형 TV 시청자를 잠식하면서 잠재 고객도 크게 줄었다.
실제로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CJ오쇼핑의 영업 이익은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200억원 이상 급락했다. 백수오 파동에 직격탄을 맞은 홈앤쇼핑은 전년 대비 50% 이상 영업 이익이 감소했다. 다소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NS홈쇼핑은 17억원의 손실을 봤다.
유료방송 송출수수료 협상도 TV홈쇼핑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업 이익 감소가 현실화됐지만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송출수수료 동결을 최소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2014년에 합의한 기준으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TV홈쇼핑 사업자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사업자(SO)의 2015년분 송출수수료 협상 완료 비율은 이달 기준으로 40%를 밑돈다. 지난 1월 현대HCN이 TV홈쇼핑사업자별로 전년 대비 송출수수료를 3~5% 축소하기로 합의한 이후 답보 상태다. 일부 TV홈쇼핑사업자는 몇몇 개별 SO와 협상을 마쳤다. 하지만 10개 이상 SO를 보유한 MSO는 의견 차이가 커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출수수료 줄이기 위해 안간힘
TV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TV홈쇼핑사업자는 이른바 `S급` 채널로 구분되는 지상파 방송 사이 번호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이 A급 번호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A급 번호가 S급보다 송출수수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종편, CJ E&M 계열 채널이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유료방송 플랫폼은 S, A, B, C로 채널 등급을 구분한다. S는 지상파 채널 사이, A는 20번 이내 종편 등 인기 채널 사이다. B는 인기 채널 사이를 제외한 20번 이내, C는 그 외 채널이다. 업계에 따르면 각 채널의 등급에 따라 송출 수수료는 최소 수십억원 차이가 난다. 송출수수료 갈등이 TV홈쇼핑의 채널 번호 이동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현재 유료방송은 전체 매출 가운데 20~30%를 TV홈쇼핑 송출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다. S급에 편성된 대형 TV홈쇼핑 사업자가 A급으로 이동하면 경영 타격은 불가피하다. S급 채널 TV홈쇼핑의 A급 채널 이동을 허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TV홈쇼핑 고위 관계자는 “비지상파 채널이 지상파와 대등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온라인과 모바일로 방송 플랫폼 영역이 확대되면서 S급 채널의 가치가 하락했다”면서 “TV홈쇼핑은 A급 채널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수익 악화를 우려한 유료방송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TV홈쇼핑 업계는 최근 IPTV와 2015년분 송출수수료를 전년 대비 20% 이상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모바일·인터넷 결합상품과 양방향 디지털 방송을 기반으로 가입자 수를 대폭 확대한 IPTV에서 취급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은 자체 T커머스와 TV홈쇼핑 채널을 하나로 묶어 송출 계약을 체결했다. 패키지 형태로 계약을 맺으면서 TV홈쇼핑보다 취급액이 적은 T커머스의 송출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했다.
◇셈법 바쁜 TV홈쇼핑
TV홈쇼핑 업계는 케이블TV를 상대로 송출수수료 인하를 계속 요구할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사 결과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SO가 주장하는 1442만4155가구보다 62만가구 이상 적다. 일부 MSO는 수십만 가구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채널당 취급액을 중심으로 산정한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향후 TV홈쇼핑 방송 유효 시청자 수와 취급액을 예측하는 척도다. 사업자에 따라 송출수수료 협상에 가입자 수를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 TV홈쇼핑이 가입자 수 감소에 따른 송출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다.
케이블TV 업계는 정부가 공용TV시청망(공청망) 등을 제외한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그동안 발표한 가입자 수와 실 시청자 수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등 공동 거주 지역에서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케이블TV를 시청하는 인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TV홈쇼핑과 케이블TV 간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가 최근 6개월 동안 하루 6시간(오전 8~11시, 오후 8~11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롯데홈쇼핑도 변수다. 롯데홈쇼핑은 미래부의 처분에 따라 해당 시간대 `블랙아웃(송출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
롯데홈쇼핑은 경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 번호 이동이나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는 롯데홈쇼핑의 자체 귀책사유로 인한 영업 중단과 송출수수료 조정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TV홈쇼핑 관계자는 “방송 송출 시간이 줄어들면 취급액과 고정 시청자가 감소하는 도미노 현상은 불가피하다”면서 “유료방송이 (롯데홈쇼핑의) 인하 요청을 거부한다면 롯데홈쇼핑은 올해 1000억원 이상을 허공에 날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