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만한 석탄재까지 한 번에 빨아들이는 집진기

골프공만한 석탄재까지 빨아들이는 집진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석탄화력발전소 보일러 내에 제대로 타지 않고 남은 굵은 석탄재를 사람이 일일이 긁어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는 집진기로 공중에 흩어진 재만 빨아들이고 굵은 탄은 삽이나 손으로 퍼내야 했다.

최경채 한성더스트킹 대표가 새로 개발한 집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경채 한성더스트킹 대표가 새로 개발한 집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성더스트킹(대표 최경채)은 발전소용 집진기를 개발했다. 기존 모듈형 집진기 `더스트킹`을 초대형 진공청소기 수준으로 개선했다. 한국서부발전이 작업자 안전을 위해 제안했고 한성더스트킹이 상용화했다.

기존 청소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흡입 시 막힘 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탄이 굵은 데다 뭉쳐 있어 청소기 흡입 통로를 자주 막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었다.

한성더스트킹은 이를 위해 흡입 배관 끝 부분을 변경, 석탄재가 막히지 않도록 했다. 배관 끝부분을 바로 필터로 연결하지 않고 빈 공간을 두고 옆 쪽으로 필터를 배치했다. 굵은 탄만 아래로 떨어지도록 하고 가벼운 재는 옆으로 빨아들이도록 바꾼 것이다.

강한 흡입력으로 굵은 탄이 딸려 와도 상관없다. 필터 앞에 날개를 비스듬히 설치해 굵은 탄이 부딪히는 것을 막았다. 설사 막히더라도 쉽게 뚫을 수 있도록 배관을 분리형으로 바꿨다. 막힌 부분을 찾아 볼트만 풀어 빼내면 된다. 기존 제품은 배관을 용접으로 이어붙여 막힌 곳을 뚫기 어려웠다. 수십미터나 되는 배관에서 해당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도 노하우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집진기 `더스트킹`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왔다. 더스트킹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듈형 집진기다. 1분에 10㎥ 공간의 먼지를 흡입할 수 있는 기본 모듈을 상하좌우로 쌓을 수 있다. 최대 3500㎥까지 가능하다. 경쟁 제품과 달리 필터를 세우지 않고 작업자가 서서 옆으로 눕혀 집어넣는 방식이다. 작업자가 필터 교체를 위해 집진기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크기도 5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모듈 타입이라 설계와 제작에 한 달 가까이 걸리던 것을 5일로 단축했다. 공기를 위에서 빨아들여 아래 먼지 박스로 내려 보내는 방식이라 집진기 내부에 먼지가 비산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모듈 타입이나 필터 교체 방식 모두 특허다.

필터도 직접 제작했다. 머리카락 굵기 250분의 1에 불과한 0.2㎛의 미세분진도 포집할 수 있다. 기존 헤파필터가 1회용인 것에 반해 털어서 재사용할 수 있어 유지 비용도 크게 줄였다.

개발한 제품은 이달 중으로 서부발전 태안화력 1~4호기에 설치될 예정이다.

최경채 한성더스트킹 대표는 “보일러 내부에서 굵은 석탄을 빼내는 것은 극한 작업”이라며 “서부발전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작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