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모니터와 노트북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일부 제품군 생산을 중단한다. 생산라인의 운영 효율성과 패널 가격 수익성 등을 종합 고려한 조치다. 모니터와 노트북용으로 커브드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40인치대 이상 대형 TV와 고부가가치 제품군 위주로 LCD 사업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부터 모니터·노트북용 LCD 패널의 일부 모델 공급을 중단한다. 중단 대상은 저해상도 TN 패널이다.
TN 방식 패널은 빠른 응답 속도, 낮은 전력 소모,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과거 삼성전자 노트북에서 가장 많이 채택한 제품이었으나 IPS 방식 패널보다 시야각과 색상 표현 범위가 좁은 게 단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노트북과 모니터용 LCD 모델 중단을 준비해 왔다. 관련 협력사에는 물량 공급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사이드로 전환하고 있는 L6 라인 장비는 L7으로 이전하고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저가형 정보기술(IT)용 LCD 패널 생산을 줄이는 것은 생산라인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부터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한 데다 중국과 경쟁하려면 대형 세대에서 탄력적으로 중소형 패널을 생산하는 게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확보했지만 시장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이 낮은 LCD 라인을 OLED로 전환하면 설비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노트북과 모니터용 OLED 패널을 일부 공급하고 대량 양산을 준비하는 만큼 저가형 LCD 패널에 투입하는 인력과 자원은 전환할 필요가 있다.
OLED를 포함해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커브드 TV에 집중하는 만큼 모니터와 노트북도 커브드 LCD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TV에 이어 중소형 IT 제품에 초고화질(UHD) 패널로 새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노트북은 고해상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자료에 따르면 풀HD급 노트북 패널은 2013년 6% 점유율에 불과했으나 올해 28%로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지속해서 저가형 IT 패널 생산량을 줄여왔기 때문에 생산 중단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저가 IT 패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 “고해상도 UHD와 커브드 등 고부가가치 위주로 IT용 LCD 패널 사업을 꾸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을 중단하면 중국 패널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BOE 등 중국 제조사의 10~30인치대 패널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당장 줄어든 물량을 소화할 여지가 높다.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안정되고 모니터·노트북용 LCD 패널 가격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가격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LCD 사업 전략을 변경했고 TV용 일부 모델에서도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하반기 세계 LCD 시장의 공급망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면서 “LG디스플레이도 TV에 이어 중소형 OLED로 영역을 확대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LCD 사업 변화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