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울산컴플렉스(CLX) 21개 공정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공정 가동률을 낮추고 안정성과 성능을 점검한다. 약 10개월간 150여 협력업체, 27만명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기보수 기간엔 제품 생산량이 줄어든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강점인 최적운영(옵티마이제이션) 기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새로운 개념의 정기보수 체계를 만들어가는 SK이노베이션 울산CLX를 찾았다.
SK 울산CLX는 울산광역시 남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830만㎡ 용지에 자리잡고 있다. 여의도 면적 세 배다. 버스로 공장 내부에 진입했다. 곳곳에서 마치 건축 현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파워크레인과 각종 자재가 쌓여있고 곳곳에서 용접 불꽃이 튀었다.
버스에서 내려 제3 정유공장(No.3 CDU)에 도착했다. 핵심 설비인 증류탑 보수가 진행 중이었다. 원유를 넣고 끓이는 설비다. 끓는점에 따라 제품이 분리된다.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경유 등 석유제품이 하루 17만배럴가량 만들어진다. 현재 No.3 CDU와 더불어 제1 고도화 시설(No.1 FCC), 제2 방향족 제조시설(NRC), 제2 파라자일렌 공장(No.2 PX) 정기보수가 진행 중이다. 제2 정유공장(No.2 CDU), 중질유분해공장(HOU) 정기보수는 이미 완료했다.
울산CLX는 통상 매년 8~9개 공정 정기보수를 실시해 왔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13개다. 최근 1, 2년 사이 울산아로마틱스, 넥슬렌 등 신규 공장이 들어선데다 올해 보수 주기가 공교롭게 겹쳤다.
김명도 SK이노베이션 과장은 “보통 정기보수 기간은 3~5월, 9~11월 4개월 정도지만 올해는 3월부터 12월까지 쉴 새 없이 일정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기보수는 정유, 화학업계에서는 기회비용으로 간주한다. 일시적 생산량 감소는 안정적 설비 구동을 위한 투자로 여긴다. 하지만 일정이 길어질수록 생산량이 줄기 때문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No.1 FCC, NRC 하루 생산량만 각각 7만3000배럴, 4만6000배럴이다. PX는 하루 평균 1000톤을 생산하는 데 현재는 모두 올스톱이다. 하반기에는 추가로 7개 공정 정기보수도 예정돼 있다. 최대 규모 정기보수로 인해 생산량 감소를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난제를 옵티마이제이션, 즉 최적운영 기법으로 풀었다. 원유 도입부터 제품 생산, 정기보수까지 경영 전반에 가장 경제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독자적 운영 시스템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정기보수 1년여 전부터 생산관리·생산, 최적운영 부서 담당자가 연간 수급계획을 예측〃분석해 정기보수 일정을 정했다. 석유〃화학 사업이 국제유가, 제품가격 등 시황에 따라 손익 향방이 결정되는 점을 고려해 제품별 시황 전망을 반영했다. 이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 보수 일정을 도출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기보수로 납기를 어기거나 계약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적이 없다. 정기보수 역량은 글로벌 정유사 가운데서도 정상급으로 정평이 났다. 정기보수 기법 수출에도 나섰다.
2011년 베트남 제1 정유·화학회사인 BSR 첫 정기보수 때 운영·관리 서비스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SK종합화학이 중국 시노펙과 합작해 중국 우한시에 설립한 석유화학 생산법인 중한석화 정기보수에도 참여했다.
이양수 울산CLX 총괄(부사장)은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재고평가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최적 제품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매년 정기보수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거래처들에 공급 차질을 초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