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17곳을 대대적 압수수색한데 이어 관계자 소환 조사에 착수했다. 비자금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롯데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TV홈쇼핑 영업정지, 면세점 입점로비 의혹에 이어 그룹 차원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악재가 이어졌다. 신동빈·신동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내홍도 끊이지 않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11일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재무 담당자 등을 각각 소환해 비자금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이 제2롯데월드 건축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신동빈 회장 평창동 자택에서도 상당한 자료가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융거래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자료를 분석해 롯데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조성 경위, 자금 흐름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롯데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검찰이 그룹 총수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경영 활동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재승인은 물론이고 그동안 추진한 기업 인수합병(M&A)과 다음 달로 예정된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12일 설명서를 배포하고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향후 방안을 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일 미국 석유화학 업체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의 그룹 비자금 수사, 인수비용 상승 등을 종합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글로벌 12위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며 액시올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대적 검찰 수사 배경 중 하나로 롯데의 `국부유출` 의혹을 꼽았다. 롯데가 해외 계열사와 복잡한 순환출자로 폐쇄적 지배구조를 구축하면서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설명서에서 “지난 1967년 설립된 이래 경영활동으로 얻은 이익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며 “국부유출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의혹을 조기 해소하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동주·동빈 경영권 분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검찰 수사로 타격을 입은 신동빈 회장에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형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총수 자리를 놓고 다시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