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유럽 등 세계는 `화성 시대`를 외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달 탐사`를 준비 중이다. 선진국보다 우주개발에 늦게 뛰어들기도 했지만 턱없는 연구개발 인력이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 취약한 우주분야 산업체 기반도 부족한 부분이다. 발사체 기술은 각국 안보와 연관돼 어느 나라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안 해본 것을 만들고 개발해야 하는데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며 “독자개발로 발사체 구성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술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발사체 부품은 수출이나 판매를 하지 않는다. 장거리 미사일과 발사체 기술이 비슷해 국가 안보와 연관돼 부품을 해외에서 사오기 어렵다. 발사체 부품이 거의 국산화 100%를 기록하는 이유다. 기술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 세계 각국은 우주 기술 `특허`를 내지 않는다. 특허는 기술 공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보다 빨리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제협력을 선택했다. 러시아와 나로호 개발에 나선 이유다. 이때 얻은 경험과 기술이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발사체 기술 자립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고 본부장은 “발사체에서 `연소 불안정`을 잡아야 하는 게 가장 관건”이라며 “연소 불안정이 있으면 엔진이 폭발해 발사체를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소불안정은 막대한 양의 추진제가 급속히 연소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한 연소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엔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현재 한국형발사체 엔진의 연소불안정은 거의 해결됐다”며 “연소불안정은 정형화된 해결책이 없다 보니 여러 번 설계를 변경하며 시험을 하면서 시간이 꽤 걸렸다”고 말했다.
국내 우주개발을 담당하는 항우연 인력은 700명 수준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만8170명을 자랑한다. 항우연에서 한국형 발사체 연구 인력은 약 240명이다. 나로호 연구자가 120여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켓의 엔진과 동체를 동시에 개발해 가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도전에 가깝다.
한국형 발사체는 1.5톤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달 탐사에도 활용된다. 한국형발사체가 개발되어야 우주 선진국처럼 독자적인 우주개발에 나설 수 있고, 막대한 비용과 위험성이 따르는 우주탐사 분야에서 국제협력도 확대할 수 있다.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은 이미 우주발사체를 갖고 있다. 우주 산업을 준비하는 동시에 전략적·안보적 차원에서도 발사체를 보유하는 게 시급하다.
고 본부장은 “매주 시험을 하면서도 사실 언제 실패할지 모른다. 이런 어려움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이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며 “특히 우주개발은 10년 이상 긴 시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