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피아(옥요한, 헐랭, 기범, 심지, 혜승)는 지난 1월 C9엔터테인먼트(이하 C9)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소속사가 달라짐에 따라 이들의 음악에도 변화가 있었을까.
“저희가 오래 몸 담았던 서태지 컴퍼니나 어디서나 항상 저희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아요. C9에서도 저희에게 별 터치를 안 하고 있고요. 오히려 누가 간섭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심지)
C9에는 피아뿐만 아니라 가수 정준영이 속한 드럭 레스토랑을 비롯해 바이바이배드맨, 쟈코비플래닛 등 다양한 스타일의 밴드가 포진해있다. 소속사가 같아졌다고 해서 자주 마주치는 건 아니지만 모두 인연이 있는 동료들이다.
“바이바이배드맨은 원래 알고 있던 동료들이고 쟈코비플래닛의 음악도 좋게 들었어요. 정준영도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죠. 정준영은 쓸 데 없는 농담만 하지만 굉장히 재밌는 친구에요. 이미지 때문에 건방지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선배들에게 항상 깍듯한 친구죠.” (옥요한)
데뷔 15주년을 맞은 피아에게도 여전히 롤 모델은 존재한다. 이들은 가수 이승환을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배 뮤지션으로 꼽았다.
“이승환 형님은 항상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분이에요. 뿐만 아니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후배들과도 거리감을 두지 않으려고 않아요. 그렇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기범)
피아가 주로 선보였던 뉴 메탈(Nu metal) 장르는 국내에서 항상 비주류 음악으로 평가받았다. 대중적인 록발라드나 부드러운 모던 록으로도 활동할 수 있었지만 이들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은 역시 하드록과 헤비메탈이었다.
“록 음악이 원래 주류였던 적도 없지만 특히 요즘에는 더욱 무거운 음악을 하는 밴드가 없어요. 아무도 이런 음악을 하지 않으니까 더 오기도 생기죠. 저희마저 없어진다면 국내에서 이런 음악을 하는 팀의 씨가 마를 것 같아요.” (심지)
“피아는 이런 강렬한 음악을 제일 잘해요. 예전에 발라드곡도 한 번 해봤었는데 저희만의 개성을 부각시키기가 어려웠죠.” (기범)
지난 1998년 부산에서 결성해 20년 가까이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는 피아.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오면서 소위 말하는 위기의 순간은 없었을까.
“사소한 것 때문에 자주 다투기는 했지만 팀이 위태로울만한 순간은 없었어요. 다만 밴드 특성 상 수입이 부족할 때 걱정이 많았죠. 요한이는 수도세 아낀다고 수영장 샤워실 가서 씻을 정도였어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해체한 팀들도 많이 봤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밴드를 하다가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한 동료들도 있었죠. 이런 점들은 늘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헐랭)
베이스나 드럼은 밴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보컬과 기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못 보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최근 베이스와 드럼을 지원하는 어린 학생들의 수가 계속 줄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밴드 리플렉스, 더 베인, 버스터리드의 드럼을 손수 가르쳤을 정도로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피아 드러머 혜승은 밴드를 준비하는 지망생들에게 드럼의 매력을 설명했다. 하지만 드러머로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열정과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럼은 장소 제약도 많고 다른 멤버들보다 뒤쪽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도 덜 받는 자리에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연주를 잘만 한다면 굉장히 멋있는 포지션이에요. 악기를 선택할 때 정말 드럼을 잘 치고 싶을 정도로 연습할 각오가 돼있다면 드럼을 추천하지만 아니라면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편할 겁니다.” (혜승)
그렇다면 아이돌 그룹이나 일반 가수들이 느끼지 못하는 밴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 팀원 여럿이 함께 쏟아내는 에너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분위기가 있어요. 바로 앞에서 연주를 듣는 분들에게도 이 분위기는 그대로 전해지죠. 밴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기범)
끝으로 피아는 오랫동안 자신들의 음악을 지지해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올해 곡 작업에 더욱 열심히 매진해서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심지)
“매번 저희 공연을 찾아주시는 분들 많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준비해서 신곡도 들려드리고 왕성하게 활동하겠습니다.” (기범)
“15주년인 만큼 단독 공연도 열심히 준비해서 멋지게 앨범 발매하고 공연장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헐랭)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아가 15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그만큼의 값어치 있는 노래와 공연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옥요한)
“저희가 반 년 동안 공연을 못했는데 남은 반 년 동안 저희를 많이 불러주신다면 성심성의껏 멋진 공연 보여드리겠습니다. 15주년 인만큼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새 앨범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혜승)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