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인터뷰-한규리 대표②] 빛을 잃지 않는 보석이 되기 위해선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비포앤애프터 네트웍스 그룹 한규리 대표는 연습생의 이미지 트레이닝부터 멤버 구성, 콘셉트까지 직접 관여한다. 한 대표는 원석에서 끊임없는 세공을 통해 보석이 된 연예인들이 빛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지속적인 이미지 관리와 심리상담까지 직접 도맡으며, 국내 유일 이미지컨설턴트로 거듭나게 됐다. 20년 동안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는 현재 비포앤애프터 네트웍스 그룹의 자양분이다.

◇ “안목, 감각, 정서…무엇보다 상대방 배려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

한 대표는 20년간 쌓아온 자신이 노하우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배려심”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미지 메이킹은 정확한 심미안적 안목과 자신만의 감각, 정서 등의 합이 맞아야 하지만, 바쁜 생활 패턴으로 움직이는 연예인들의 심리를 파악하지 않으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이미지를 떠올리고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설득력이 없다면 완성할 수 없어요. 특히 연예인의 경우에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패턴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심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슬럼프라던 지 트라우마에 대해 털어놓기도 쉽지 않죠. 하지만 저와 20~30분 정도 이야기를 하게 되면 설득이 된다고들 해요. 외적인 것 보다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거죠. 그렇게 서로 마음을 열게 되면 스스로 본인 이야기를 털어놔요.”

“감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로 느끼거든요. 연습생의 경우에는 데뷔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지속적으로 이 인기를 갖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깐요. 제가 데뷔를 도와준 이후에도 중간 중간 카운슬링이 필요한 거죠. ‘얼마나 노력했는지 볼까’, ‘어떻게 노력하면 될 것 같아’ 등 조언을 해줘요.”

한 대표가 지켜본 결과, 끊임없이 노력한 친구들에게는 늦게라도 기회가 왔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보는 건 다 똑같지만, 한 대표는 이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해결방법을 내놓는다.

◇ “빅뱅 부터 갓세븐까지…소녀시대부터 현아까지”

한 대표의 손을 거쳐 스타로 탄생한 팀은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다. 빅뱅, 2NE1, 현재 데뷔 준비 중인 YG 신인 걸그룹,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원더걸스, 갓세븐, 비투비, 현아 등 국내 굴지의 소속사들의 소속 가수들을 모두 지켜봐왔을 정도. 최근에는 젤리피쉬의 첫 걸그룹까지 만났다. 가요계의 ‘미다스 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뱅이나 소녀시대는 잘 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에요. 타고난 재능도 많았고, 갖고 있는 끼도 남달랐죠. 쇼케이스 때 보고 데뷔하면 대성하겠다고 예상했었죠. 빅뱅은 음악성도 뛰어났고, 인물, 스타일도 훌륭했어요. 데뷔 이후에서는 피부관리 정도만 와서 받고 있어요. 벌써 10년이 됐으니, 이제는 곱창 먹으러 가는 사이가 됐죠.”

“소녀시대는 이모라고 불러요. 처음 데뷔할 때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하려 고민했어요. 서로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지 않개 캐릭터를 정확하게 잡았던 그룹이었죠. 소녀시대는 뭉쳐놨을 때 가장 예쁘고 화려한 것 같아요. 애기 때부터 봐오던 아이들이 이렇게 멋지게 큰 모습을 보면 성취감을 느껴요.”

소녀시대 태연 같은 경우는 한 대표가 지금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기억에 남는 멤버다.

“태연이는 정말 악착같고 FM대로 하는 친구였어요. 리더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죠. 2NE1의 CL도 마찬가지였어요. 대처방법도 빨랐고, 지구력도 있고 끈기도 있는 친구였죠. 처음부터 리더가 보이냐고요? 일단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지켜보는 편이에요. 단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용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부각되죠.”

한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한 스타들이 많아지며, ‘믿고 맡기는 비포앤애프터’가 됐다. 결과물이 눈앞에 있으니, 한 치의 의심 없이 한 대표에게 의뢰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 “선망의 대상 연예인, 경쟁에서 이기려면”

한 대표는 소속사에 속해있는 연습생 뿐만 아니라 연예인이 되길 원하는 지망생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이들이 스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하고 조언해준다. 한 대표는 기로에 서있는 수많은 이들을 보며 돌려보내기도 한다. 그는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하루에 오디션을 보는 친구들이 3천 명이라고 해요. 너도나도 하고 싶어 해요. 하지만 그 이유가 화려하게 살아가고, 돋보이고 싶어서인지, 정말 끼가 타고난 건지 잘 판단해야 하죠. 자신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 외에 하고 싶은 게 없는지 고민해야 해요. 부모님도 부추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독하게 말해주는 편이에요. 아니면 아니라고. 옆에서 밀어주면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주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 밖에 할 게 없어요. 엑스트라라도 좋아요. 하는 친구들에게는 ‘그래 좋아 너에게 맞는 것 같으니까 1년만 해보자’라고 말해요. 끼가 있다면 해보라는 거죠.”

한 대표는 연예계를 화려하게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해 쉽게 연예인의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예전보다 더 탁월해야 해요. 지금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도 데뷔할 수 있어요. 하지만 6개월 안에 끝난 친구들이 70% 이상일 거예요. 화려하게 보고 허황된 꿈만 꾼다면, 오래갈 수 없게 되죠. 이 환경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저는 누구보다 엄하게 대하지만, 결국 이들을 달래주고 보호해주는 것 또한 제가할 역할이거든요.”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