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어쩌다 어른’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이런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이 있다.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수사’), ‘굿바이 싱글’의 어른과 아이가 그렇다. 공식적으로 ‘탐정 홍길동’에서 탐정인 이제훈을 도와주는 인물은 황회장 고아라다. 그리고 ‘특별수사’에서 김명민은 성동일과 브로커-변호사 콤비 호흡을 맞췄다. ‘굿바이 싱글’의 김혜수는 마동석이란 짝꿍이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호흡도 영화에 나름대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서브 러브라인(?)’일 뿐이다. 이 영화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들과의 호흡이다. 아역들은 단순히 어린 아이 역할을 넘어서서 어른들과 콤비를 이뤄 극을 이끌었다. 많이 언급되는 ‘남남 케미’‘여여 케미’에 이어 이번엔 ‘어른-아이 케미’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에게 냉정해질 때도 있지만, 어느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동화되고 만다. 어른은 때로는 ‘츤데레’매력으로, 때로는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며 극의 활력을 준다. 아이들은 아이만 가질 수 있는 순수하면서도 당당한 매력을 통해 코믹함을 더한다. 특히 아이들은 ‘진짜’중요한 본질을 꿰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극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도 한다.
‘탐정 홍길동’의 홍길동(이제훈 분)과 말순(김하나 분)의 관계는 복잡하다. 길동이 20년 간 찾아 헤맸던 원수의 집을 드디어 찾았을 때, 그곳엔 원수 대신 손녀인 동이와 말순만 남아있었다. 길동은 원수의 앞에서 손녀를 죽여야겠다는 잔인한 복수심을 가지고 손녀들과 함께 할아버지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말순은 자꾸만 수사에 훼방을 놓는다. 특히 악명 높은 길동을 꼼짝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은 생명체는 극의 웃음 포인트를 담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말순은 길동의 극악무도한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하게 만든다. 겨우 카라멜 하나로 말이다.
조성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극에서 중요한 역할이다. 다음 세대를 물려줘야 할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길동이 복수를 시작했지만, 복수를 포기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길 바라는 잔인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평소 홍길동의 철칙이 무너진다. 아이들은 그런 역할을 하면서 길동을 성장하게 하는 캐릭터다. 홍길동에게 있는 아주 작은 선한 면을 아이들이라는 작은 불씨로 깨우치게 만든 것이다. 동행과 교감이라는 따뜻한 면이 필요했기 때문에 영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면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성희 감독은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개가 충돌하는데, 특히 폭력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와 아이들이 주는 유머러스함과 따뜻함이 대비되어 오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이야기가 계속 지속되면 영화를 보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이들을 통해 관객들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별수사’의 필재(김명민 분)과 동현(김향기 분)은 변호사보다 더 능력 있는 브로커와 범죄자의 딸 관계다. 감옥에 있는 아버지 순태(김상호 분)를 구하기 위해 둘은 고군분투하는데, 사실 필재는 순태를 구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이 먼저인 사람이다. 하지만 수사물에 불과했던 이 둘의 관계는 점차 따뜻한 드라마로 변화한다.
권종관 감독이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위치와 관계, 그리고 변화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필재와 동현 라인도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한 것처럼 필재가 동현에 의해 변화하는 지점은 감동을 자아낸다.
‘굿바이 싱글’의 주연(김혜수 분)은 ‘탐정 홍길동’이나 ‘특별수사’의 어른들처럼 ‘나쁜’사람은 아니다. 다만 대책이 없고 철이 없다. 주연은 중학생인 단지(김현수 분)가 본인은 할 수 없는 일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지내기로 한다. 김태곤 감독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캐릭터가 함께 있을 때 감정의 폭을 넓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주연의 성장을 다뤘다”고 전했다.
‘특별수사’와 ‘굿바이 싱글’관계자는 “트렌드라고 보기엔 애매하지만, 요즘 아역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야기에 개입하고 캐릭터 관계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인물이라 극의 기여도가 높다”며 “하나의 연기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데, 특히 많이 알려진 배우가 아닌 새로운 배우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반응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역을 활용하는 방법은 많다. 특히 아역들을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나 주인공 어른의 자녀 역할이 아닌 어른-아이의 콤비 역할 등을 통해 아역을 주체적으로 활용한다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아역을 활용하는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