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혁신과 고용 창출 등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정 과제가 성과를 잘 낼 수 있도록 조달 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시대정신을 갖고 중소기업의 공공 판로 디딤돌 역할을 하겠습니다. 연간 55조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잘 사용하도록 해 주면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도 잘 커 나갈 수 있습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정양호 조달청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의 첫 조달청장이다. 국가 산업 육성에 잔뼈가 굵은 그는 전공을 살려 친산업 시각으로 조달청이 해야 할 미션을 찾았다.
정 청장은 “조달청 본래 기능인 국가 예산 절감 등 재정 정책도 필요하지만 공공조달 시장을 활용한 중소기업 및 신산업 창출 등 산업 육성도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수요 측면의 산업 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기업을 들여다보면 할 일이 많다. 중소기업청과 협력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달청이 선순환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이 추진하는 주요 역점 시책은 신산업 유성 지원,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유도, 고용창출 지원, 공정·투명한 조달시장 조성 등 4가지로 요약된다. 연간 50조원이 넘는 공공구매력을 활용, 4대 분야에서 국정 과제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최우선 시책은 드론, 클라우드 등 신산업 육성 지원이다.
정 청장은 “신산업, 융·복합 산업은 관련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실적 쌓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더욱 적극 지원하고 먼저 사 주는 분위기로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써 봤더니 잘되더라`는 얘기가 산업계에서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구매 환경을 신산업 친화형으로 개선하면 궁극으로 창조경제 달성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신기술 개발 제품을 위한 시험 무대를 조성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이 미래 성장 산업 제품을 선제 구매, 민간이 신산업 분야에서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드론, 무인 농기계 등 조달 시장 진입 촉진을 위해서는 공공혁신조달(PPI) 제도를 도입한다. PPI는 성능표준 등을 검증해 민간 기업의 혁신 솔루션, 제품, 서비스를 구매하는 선도약정 제도다.
클라우드 스토어와 나라장터 등을 연계해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기술 선도형 신제품의 시험무대도 제공한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 지원책도 내놨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제품의 우수조달 물품 지정을 우대하고, 전기자동차 조달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관련 산업 제품의 공공 부문 확산을 유도한다. 또 관련 전문가와 단체 의견을 수렴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자유학기제 관련 신재생 에너지 체험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기술력은 있지만 실적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관심도 크다.
나라장터에 `창업 초기 기업 제품 전용몰(가칭 벤처나라)`을 구축, 창업 초기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도울 예정이다. 정 청장은 “벤처나라가 벤처·창업 기업만을 위한 리그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조달청은 이와 함께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약을 맺어 교육 프로그램과 컨설팅 정보를 현재 육성하고 있는 새싹기업과 공유, 벤처 및 창업 초기 기업의 판로와 홍보를 지원한다.
정 청장은 전자조달 수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그는 “최근 개발도상국에 전자조달이 정착되면서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일부 국가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개도국에 무상원조를 통한 수출을 지속 추진하되 이미 도입한 국가에 대해서도 고도화 수요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자조달 추진 국가, 특허·관세 등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 도입 국가, 무상원조 중점 협력 국가 등을 대상으로 더욱 능동적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해외공관 등과 협업을 강화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투명한 조달시장 조성도 주요 역점 시책이다.
정 청장은 “국가 전체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110조원 규모로, 모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는 국민 전체에 피해를 주는 만큼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청장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의 직접 생산 위반 조사를 강화하고 계약 관련 부조리가 있는 공공기관의 계약 사무를 조달청에 의무 위탁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내실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책 벌레` `파워 블로거`
정 청장은 2~3일에 책 한 권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다. 2008년 이후 매년 세 자릿수 책 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예스24` 블로그를 통해 서평과 함께 평소에 느낀 단상 등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 방문객만 3만여명으로, 최근까지 1380만명이 그의 블로그를 찾는 등 `파워 블로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달청장으로서 페이스북 시작 3개월여 만에 친구 요청 한도인 5000여명과 친구를 맺었다. 웬만한 정치인 아니고서는 단시간에 친구 늘리기가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는 국민, 직원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다. 주말의 여유 시간을 이용해 정책과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 책, 가족 이야기 등을 담아 게시한다. 조달청 직원에게는 기관장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조달 업무를 알려 조달청에 대한 친밀감과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2~현재 제33대 조달청 청장
2014.9~2016.2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2013~2014.9 새누리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2.7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자원 개발정책관
2011.3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2010.3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2008.3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행정관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