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이 100㎞ 변할 때 한국기업의 변화속도는 70.9㎞다” `빨리빨리`로 일컬어지는 한국 제조업의 혁신속도가 경쟁국에 뒤쳐졌다는 경제계 평가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국내 제조업체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우리기업 혁신의 현주소와 향후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혁신적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나왔다.
이어 엘빈 토플러의 `혁신속도론`을 빚대어 `최고 혁신기업이 시속 100㎞ 변한다고 할 때 귀사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평균속도 58.9㎞라는 응답이 나왔다.
업종별로 전자와 자동차업종(전자 63.8㎞, 자동차 65.5㎞)의 혁신속도가 그나마 빠른 편이었고, 중후장대 업종(조선 57.7㎞, 철강 54.8㎞, 기계 52.7㎞ 등)은 다소 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울산의 반도체부품 생산기업은 “중국의 속도전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3~4년 정도 나지만, 인재를 싹쓸이 하는 경우가 많아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항공기·자동차부품 생산 업체 역시 “혁신환경이 뛰어난 중국, 인도에 4~5년 후면 밀릴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이 혁신에 달려드는 이유는 `혁신의 유통기한`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응답기업은 `몇 개월동안 신제품 개발 등 혁신활동을 이루지 못하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평균 39.7개월이라고 대답했다. 또 `1990년대와 비교해 귀 산업이 얼마나 빨라졌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기업은 평균 4.7배라고 생각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오래 전부터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왔고 중국은 규제 걸림돌이 많지 않아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우리기업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시스템, 구시대적인 기업문화”라고 진단했다.
정부정책 한계를 묻는 질문에는 `단기실적,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려 한다`(62.3%), `특정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32.0%), `정책홍보가 부족해 지원정책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잦다`(30.7%) 등을 들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혁신경쟁은 업종이나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기업이 뒤쳐지지 않기 위한 기업 스스로 파괴적 혁신노력과 함께 긴호흡으로 장기간 내다보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