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향
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고 확실한 내용도 없다. 다만 현실화되면 일정 기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금융시장 여건이나 미국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국에서 발생하는 관련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 말이다. 말 한마디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옐런 의장조차 브렉시트 공포에 떨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공포 극에 달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세계 경제는 공포감의 극한을 달리고 있다. 잔류 의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투표일을 맞은 현지 분위기는 아직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가 이토록 브렉시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생각하면 영국이 유럽연합(EU)이라는 틀을 벗어나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겠다는 논리다. 영국은 이미 1975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67% 지지율로 잔류가 결정됐었다.
영국은 EU에 속해 있지만 유로화 대신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쓰는 등 완전한 EU의 일원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영국이 EU 통합보다 자국 이익 극대화에 관심이 높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아니라 브렉시트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일들이다.
탈퇴로 결론 나면 파운드화 급락 등 영국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은 국제금융시장 일반의 전망이다. 또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과 함께 북아일랜드나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도 가시화되는 일이 벌어짐으로써 영연방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부분은 이런 일들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발생 확률은 낮지만 실제로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옐런 의장이 “영국의 EU 탈퇴(찬성) 투표는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일(브렉시트)은 그들(영국인)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조차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장담하기 힘들고, 그만큼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탈퇴로 결정되면 글로벌 경제는 제2의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입장이다.
◇우리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영국 현지 여론조사 기관들은 지난 주말 노동당 조 콕스 의원 피살사건 이후 잔류파가 확연히 늘었다고 밝혔다. 주말 이후 발표된 5건의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4곳에서 잔류가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브렉시트가 무산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급속하게 안정을 되찾게 된다. 영국만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문가 주장도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경제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국은 올해 4월까지 우리나라 주식 42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특히 3~4월에는 전체 외국인 주식 매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조8000억원의 국내 주식이 영국인 투자자들 손에 들어갔다.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직접 유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 유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영국 영향력이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어야 한다. EU를 탈퇴한 이상 우리나라와는 FTA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 협상은 불가피하다.
영국의 수입에서 FTA 체결국(EU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11.5%, 금액으로는 665억달러에 달한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의 대영 수출이 각각 212억달러, 129억달러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4번째로 큰 74억달러다. 영국 전체 수입에서 한국 비중은 1.3%에 그치지만 비교 대상을 EU를 제외한 FTA 체결국으로 한정해 보면 4위에 해당될 만큼 중요도가 커진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후 한국과 영국 무역 규모는 중장기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게 되면 수입 규모도 연쇄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 투자 관문으로서의 중요성도 낮아진다. 영국은 우리나라의 유럽 투자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투자 대상국이다. 브렉시트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환경이 악화되면 기존의 투자 리스크는 커지고 신규 투자는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변화는 주식시장 침체다. 6월 들면서 브렉시트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해 왔지만 공포가 현실화 된다면 주가가 급락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