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박찬욱 감독①] 대중을 사로잡은 ‘파격’

사진=김현우 기자 / 디자인 정소정
사진=김현우 기자 / 디자인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연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봉 전에 동성애 쪽으로 초점에 맞춰져 많은 이야기가 나돌았다면, 개봉 후에는 민감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영상미와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호평 받고 있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아슬아슬한 소재를 대중적으로 잘 버무려 냈기 때문이다.

“반응이 좋은 편인데, 영화를 만들 때는 항상 좋은 반응을 기대하면서 만드니 뜻밖의 일은 아니다.(웃음) ‘이렇게 하면 좋을 거야’라는 생각을 계속 한다. 지금까지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해왔지만, 그렇다고 나 혼자만 좋아하는 것을 하진 않았다. 언제나 좋은 라인을 절묘하게 타고 가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이라도 지나친 것은 참고, 관객이 재밌어야 할 것들을 챙겨가려고 한다. 그 결과만 봤을 때는 한 쪽으로 치우쳐 보일 때도 있지만,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른거지 나는 언제나 비슷하게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한 영화 안에서도 어떤 장면은 좋아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웃음)”



‘아가씨’가 대중적으로 풀어졌지만, 외설적인 대사라든가 동성애 소재 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기에 ‘안전한’ 영화는 아니다. 박찬욱 감독은 처음 시놉시스를 쓸 때 이런 점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동성애를 다루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 독립영화나 문학 쪽에서는 이슈를 자꾸 만들었고 싸웠다. 그 덕에 지금은 금기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거부감을 가졌던 분들도 이제 익숙해지지 않았겠나.(웃음) 그러니까 우리 영화에 큰 투자사도 투자를 하고, 스타들도 거부감 없이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동성애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동성’이 빠진 ‘애(愛)’, 즉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사랑과 스릴러 둘 다 중요한 영화다. 예를 들어 액션 영화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가는 것처럼, ‘아가씨’는 크게 보면 스릴러 영화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사랑이다. 히데코와 숙희도 사랑했고, 백작도 삐뚤어졌지만 사랑을 했다. 물론 백작이 아가씨를 정말로 많이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약간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빙긋빙긋 웃기 때문에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백작 나름으로는 사랑을 하는 것이다. 원래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크게 진심을 드러내긴 어렵다. 그리고 사랑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을 통해서 용기 있게 탈주하는 것이다.”

그동안 박찬욱 감독은 아슬아슬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와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생소함 속에서도 언제나 대중을 놓치지 않기에 믿고 볼 수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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