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물질에서 나타나는 `뭔가 모를` 새로운 현상을 찾고, 설명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게 과학기술이 갖는 매력 아닐까요?”
김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순천센터 분석연구부 선임연구원은 “연구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달라”고 하자 “재미있다”는 말로 응수했다. “일은 재미가 있어야 밤새 해도 지치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선임은 2차전지 전문가로 통한다. 학사 및 석사과정을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마쳤다. 박사학위도 KAIST에서 땄다. 전공은 소듐이온 2차전지 이론계산연구다.
“본래 2차전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에는 리튬 배터리 연구를 주로 했는데, 거의 포화상태인지라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했습니다.”
김 선임은 최근 소듐이온 이차전지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소듐이온 이차전지 양극소재로 사용되는 파이로인산염(Pyrophosphate) 기반 화합물(Na2CoP2O7)에서 소듐 이온 농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붉은 색 합성물질 결정구조에서 이차전지 작동 전압을 4.3V 구현했다. 4.3V면 전류값에 따라 전기량을 산출하는데, 낮은 숫자는 아니다.
Na2CoP2O7은 원자와 결합할 때 2가지 모양이 나타난다. 하나는 푸른색 결정구조고, 다른 하나는 붉은색 결정구조다. 그러나 푸른색 결정구조에서는 평균전압이 3V 정도 나오는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아 활용이 어렵다. 붉은색 결정구조는 4.3V가 나오지만, 합성이 쉽지 않고 제조에도 몇일씩 걸려 과학기술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김 선임은 이를 소듐이온 농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어려운 일이, 바로 상용화입니다. 이온을 낮추는 방법으로 다른 물질에서도 일정 전압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찾았지만, 상용화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획기적인 방법론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사실 소듐은 자원 부존량 측면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생산단가 등을 낮출 수 있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계는 이 소듐을 전기자동차나 태양광·풍력 발전에너지 저장용 이차전지 등 대용량 전력 저장 기술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김 선임은 현재 리튬 이차전지 이후 버전인 리튬황을 소재로한 이차전지를 개발 중이다.
“정부 정책을 지적하기에는 경력이 너무 일천합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우리나라가 취약한 기초연구분야 수요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죠. 응용도 좋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관심을 쏟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김 선임은 창업에 대해 “연구개발을 하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그때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