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또’ 사이코패스…섬뜩한 드라마 ‘단골’ 캐릭터

사진=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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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드라마에는 트렌드가 되는 직업군이나 특정한 성격이 있다. 발랄하고 솔직한 캔디형 여자주인공, 츤데레 남자주인공이 드라마 주인공계의 모범 답안이라면, 이번엔 사이코패스(psychopath) 캐릭터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인 사이코패스가 대중문화계에 스며든 것은 오래됐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방영되는 브라운관 속 드라마에 등장 빈도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잦아진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사이코패스는 현실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행동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은 작품 속 캐릭터로서 매력이 있을 법도 하다. 주인공들을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붙인다거나, 스토리 전체를 뒤흔드는 키를 쥐어주는 인물로서 말이다.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장혁도 그렇다.

지난 ‘뷰티풀 마인드’ 제작발표회에서 장혁이 “내가 맡은 이영오는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 있는데,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는 소통이 되는 척하고, 없을 때는 독단적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영오는 천재적인 의사이지만 공감 능력은 제로인 ‘마음이 없는 남자’다.

그는 자해하는 환자에게 정확한 동맥의 위치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병원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수술에서 환자가 죽은 이후 아버지인 이건명(허준호 분)에게 “저 들키지 않았어요”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런 섬뜩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특히 의사는 누가 뭐래도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큰 충격이다.

이런 모습은 미스터리ㆍ스릴러 장르까지 이어진다. 그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정체를 파헤치고 싶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할 수 있고, 드라마는 그들을 더욱 창의적이고 신선하게 꾸며낼 수 있다.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진다.

‘뷰티풀 마인드’의 모완일 PD는 “병원 안에서 의문의 죽음이 일어난다. 그 배후를 쫓는 과정이 스타일리쉬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라며 “복합장르이고 볼거리가 많다. 시청자가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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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만드는 이들뿐 아니라, 사이코패스는 배우들도 욕심내는 캐릭터다. 앞서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부터 ‘하이드 지킬, 나’의 성준, ‘너를 기억해’의 박보검 역시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연기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아역배우인 김유정도 “사이코패스나 다중 인격자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적 있으며,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사이코 패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명민은 “심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많은 부분을 표현해줄 것 같고, 연기자로서 보여줄 것도 많을 것 같다. 그 밑에 또 뭐가 있을지 궁금증을 준다. 실제로도 다른 사람의 내면을 아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그런 충격을 영화가 상영하는 2시간 동안 보여준다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연기를 하는 나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사이코패스가 드라마에 자주 노출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실의 사이코패스는 분명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매력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지만, 드라마를 보는 모든 시청자가 이 ‘다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결국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그려내는 사람의 적절한 표출 수위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