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거리 무선통신과 칩셋업계가 사물인터넷(IoT) 표준 경쟁에 돌입했다. 무선랜·블루투스·지그비 등 여러 기술이 경합 중이어서 글로벌 기업간 합종연횡 바람도 거세다.
1980년대 VHS와 베타맥스 진영 간 펼쳐졌던 비디오 표준 기술 주도권 경쟁과 비슷하다. 향후 주도권을 가진 기술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어서 사활을 건 승부가 예상된다.

블루투스 표준화 단체인 블루투스SIG는 최근 최신 규격인 블루투스 5를 발표했다. 2014년 12월 발표된 블루투스 4.2(BLE:Bluetooth Low Energy)와 비교하면 전력 소모량은 동등 수준을 유지한 채 통신 거리가 4배 길어지고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 빨라졌다. 블루투스 4.2 클래스1(최대 100mW 전력소모)의 최대 통신 거리는 100m였지만 블루투스 5는 400m까지 지원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클래스2(최대 2.5mW 전력 소모)는 약 10m에서 40m까지 넓어졌다. 데이터 전송 속도도 기존 1Mbps에서 2Mbps로 빨라졌다. 다만 통신 거리를 늘리면 속도가 느려지는 게 단점이다.
블루투스5 표준 규격은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다양한 블루투스 칩 업체가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블루투스 칩셋 시장 1위 업체는 아바고(브로드컴 인수)였다. 퀄컴(CSR 인수), 미디어텍,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ST마이크로가 그 뒤를 따른다.

고속 근거리 통신 기술인 무선랜(WIFI) 진영도 올해 초 `저전력`을 강조한 IEEE802.11ah 표준을 발표했다. 이른바 `헤이로우(HaLow)`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802.11ah는 낮은 주파수 대역인 900MHz 밴드를 이용한다. 기존 2.4GHz나 5GHz를 활용하는 무선랜 대비 주파수 대역이 낮아 데이터 도달 효율성이 우수하다. 통신 거리가 길다는 의미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kbps로 느리지만 기존 무선랜보다 전력 소모량이 적다. 802.11ah는 기존 무선랜 기술과 호환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무선랜 진영은 802.11 표준이 인프라 측면에서 앞선 통신 기술이라며 IoT 시장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보급된 무선랜 기술 채용 기기는 68억개에 달한다. 아바고가 무선랜 칩셋 시장에서 1위, 퀄컴과 미디어텍, 인텔, 마벨, 스카이웍스가 그 뒤를 따른다.

지그비(Zigbee)는 IEEE802.15.4를 기반으로 하는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블루투스보다 느린 250kbps에 그치지만 전력 소모가 적다. 무선랜과 블루투스가 이동기기에 주로 탑재됐다면 지그비는 셋톱박스 등 고정된 액세스포인트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최근 구글은 지그비와 동일한 802.15.4 기반 근거리 통신 기술인 쓰레드(Thread) 표준을 발표하면서 관련 진영이 커지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어 등 홈 Io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웨이브(Z-Wave)는 지그비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 덴마크 젠시스(Zensys)가 주도해 만든 지웨이브는 800~900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2.4GHz를 사용하는 다른 표준과 비교해 통신 거리가 길다. 그러나 지웨이브는 젠시스가 단독으로 만든 기술로 칩도 이 회사에서만 나오는 다소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경쟁 체제인 타 기술과는 달리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젠시스는 미국 시그마디자인에 인수됐다. 미국 주요 스마트홈 사업자가 지웨이브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LG유플러스가 지웨이브를 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oT 시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근거리 통신 기술 경쟁은 1980년대 VHS와 베타맥스 진영 간 펼쳐졌던 비디오 표준 기술 주도권 싸움을 방불케 한다”며 “각 기술은 당분간 공존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거 표준 경쟁의 사례를 보면 특정 시기에 한 두 기술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oT 통신 기술별 특징과 주요 칩 참여 칩 업체(자료:각 기술 진영)>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