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벌써 데뷔 17년째, 소년은 자라서 어른이 됐다. 만 6세의 어린 배우에게 커다랗기만 했던 카메라는 눈높이가 비슷해졌고, 신기하기만 했던 현장은 삶의 일부가 됐다. 달라진 위치만큼 마음가짐은 어떻게 변했을까.
“사실 어릴 때 비하면 스태프 분들께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편이죠. 어른 대접을 해 주시는구나 느껴져요. 그런데 제 마음은 아직 초등학교 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어른 대 어른으로서 대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선배들과 작품을 해오다보니까 선배들이 편해요. 오히려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있으면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에겐 제가 선배일 텐데,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항상 제가 막내였는데 제가 왜 선배인지…. 하지만 이젠 적응을 슬슬 해야겠죠.(웃음)”
오랫동안 수많은 촬영 현장을 겪은 그도 연기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연기를 그만 두고 싶은 적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는 17년차 배우가 아닌 고민 많은 청년에 불과했다.
“저뿐만이 아니라 연기자라면 다들 한번쯤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작품이 흥행이 잘 안됐다든가 현장에서 생각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면 한계라고 느끼게 돼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데 결과에 못 미치면 그런 마음을 들 수밖에 없죠. 평소 자신감도 없는 편이죠.”
“너무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한 것이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얼마 전까지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니까 너무 많이 아는 것도 때로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행복할 때는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를 맞대고 있을 때예요. 상대배우와 호흡이 잘 맞고, 중요한 신들의 촬영을 무사히 잘 끝냈을 때 말이에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젊음의 특권일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아름다운 청년인 그는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군대를 다녀오고,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그는 많이 변화했다.
“예전에는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연기를 했는데, 그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전역하고 나서부터는 어색하고 불편하더라도 먼저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다들 잘못되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인데, 저 혼자 편하다고 해서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은 게 아니니까요.”
“군대에 있을 때 친한 선임이 있었어요. 동갑인데 형 같았죠. 그때 제가 많이 힘들어 했는데 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전역할 때 가슴이 아팠는데, 정말 물리적으로도 아플 정도였거든요.(웃음) 제가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이 친구가 연기를 알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제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이 느꼈던 이야기를 해주니까 그게 제 연기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이번에 ‘봉이 김선달’ 촬영하면서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친구들이나 부모님께서 저보고 왜 이렇게 능글맞아졌냐고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왜 그러냐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이번 작품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요. 편안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다면 배우 유승호가 아닌 인간 유승호가 주변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스물넷 유승호의 바람은 그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참으로 올곧다.
“사람들이 저를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은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남에게 피해주면서 살지 말라고 많이 말씀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상대방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