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 캠퍼스가 문을 연 지 3개월이 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초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조성됐지만 실제 신생 스타트업 입주가 더뎌지기 때문이다. 지원기관만 입주해 공공기관 직원끼리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이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는 경기도가 1609억원 예산을 투입해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건립한 스타트업 지원 시설이다. 지상 8층 건물 2개 동과 지상 5층 건물 1개 동 등 총 3개 동 5만4075㎡(약 16,386평) 규모를 갖췄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입주를 마친 공간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입주기업도 당초 내건 신생 스타트업이라기보다 기존 기관에서 지원 받던 기업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최근 입주한 K ICT 본투글로벌 기업 40여곳은 대부분 기존 입주 기업이 서울 상암동에서 자리를 옮긴 데 그친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융합클러스터 소속 기업 30여개사 역시 기존 지원 기업이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반면에 입주 지원 공공기관은 건물 곳곳에 자리잡았다. 8층까지 이뤄진 1동에는 4층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클라우드혁신센터,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SW융합클러스터, 경기콘텐츠진흥원 빅파이 추진단,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센터 등이 입주했다.
2동 역시 통번역지원센터와 운동시설, 요즈마캠퍼스 등이 입주해 사실상 스타트업 입주 및 창업 교육 공간은 1개 층에 그친다. 5층 건물 3동 1층에는 경기창조경혁신센터 글로벌 부트 캠프가 위치했고 나머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본투글로벌 지원시설과 입주기업이 배치됐다. 사실상 신생 스타트업 기업은 발 디딜 자리가 없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지원기관 10여곳이 입주해 있는데 대부분 업무가 기업 지원이란 공통분모를 갖추고 있다”며 “스타트업 지원 역할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지원기관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유사 업무를 하는 지원기관 간에 소통조차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스타트업 창업자 공간이자 창업학교가 될 스타트업캠퍼스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지난 5월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으로 선임했다. 민간 창업의 DNA를 심기 위한 조치다. 이후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을 김 총장에게 일임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에 필요한 커리큘럼, 강사 섭외, 예비창업자 선발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총장 측과 경기도 관계자가 매주 회의를 하면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공간 활용이나 교육과정이 갖춰지면 오디션을 실시해 연내 예비창업자를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기에 대해 확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층별 구성도>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