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때 더 강한 효성…조석래 회장 `기술 경영`이 원동력

효성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도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 1분기에도 2223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에는 원천기술 확보를 고집해온 조석래 회장의 집념이 깔려있다.

조 회장의 기술 우위 전략은 효성이 IMF 외환위기 뿐 아니라 중국시장 성장으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탄탄한 기반이 됐다.

조석래 회장은 재계에서도 대표적 `기술 중시` 경영인으로 꼽힌다. 화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인 조 회장은 지난 1971년 우리나라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분야에서 스판덱스·타이어코드·탄소섬유·폴리케톤 등 신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공학도 출신 답게 `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産業立國) 창업이념에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을 더해 기술 중심 경영에 매진해왔다.

효성의 타이어코드지제품.
효성의 타이어코드지제품.

◇독자 개발한 스판덱스, 성장 견인차 역할

효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해 온 스판덱스사업은 조석래 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 경영의 결과물다. 효성은 1989년 조석래 회장의 주도로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예상되는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990년대 초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고 2000년대 효성의 대표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기업 내부에서는 수익성 약화 등 이유로 스판덱스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조 회장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확대와 함께 품질 개선에 힘쓰고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이 결과 1990년대 후반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0년 마침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한 후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역시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로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제품으로 성장했다.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 1978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생산한 효성은 현재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라미드, 라이오셀 등 다양한 소재의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 코드, 비드와이어 등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종합 타이어보강재 메이커로 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효성의 폴리케톤.
효성의 폴리케톤.

◇중국발 위기에 더 빛나는 기술 경영

우리나라 화섬업계는 2005년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무너졌다. 당시 한국 공장 10분의 1수준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업계 범람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고,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며 한국 섬유업계 경쟁력 극도로 악화됐다. 그러나 스판덱스를 독자 기술로 생산한 효성은 살아남았다.

조석래 회장은 당시 중국화섬업계와 같은 수준의 가격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무엇보다 중국을 뛰어넘는 고품질의 제품,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 확보를 주력했다. 또 모두가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가운데 효성은 오히려 투자를 늘려 생산 시설을 확대해 나갔다.

최근 흑자로 전환한 중공업부문 역시 중국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자체 개발한 중전기기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의 중전기기 기술을 주도해온 효성은 1969년 국내 최초로 154kV 초고압변압기 개발을 시작으로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765kV급 초고압변압기를, 1999년에는 800kV급 가스절연 개폐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에는 순수 독자기술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극초고압 차단기인 1100kV GIS개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초고압 전력기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고객맞춤형 차별화 기술로 승부

조 회장은 임원들에게 항상 “글로벌 현장에 직접 나가 시장의 현황과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할 것”을 주문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동시에 해외 생산현장에는 글로벌 고객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국내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안정적 품질을 확보다. 효성의 타이어코드의 경우 단순히 품질과 기술이 뛰어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고객 별로 특화된 타이어 개발 지원·R&D 방향을 제안하는 파트너 관계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R&D 부서와 생산 부서 간 고객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생산하면서, 타이어의 트렌드 경량화, 고성능화, 친환경 등에 적합한 제품을 고객사에 먼저 제안해 적용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