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은 유럽,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가족 중심의 생활방식이나 레저 문화가 발달해 차량 실용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내 시장은 왜건 수요가 높지 않다. 국내 운전자들은 트렁크가 `짐차` 같은 왜건보다는 세단을 선호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캠핑, 아웃도어 스포츠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왜건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왜건 명가` 볼보가 만든 `V60 D5 R디자인`은 이와 같은 실용성에 시원스러운 주행 성능까지 갖춘 모델이다.
최근 4일간 V60 D5 R디자인 모델을 타고 서울시내 출퇴근길, 경기도 외곽 나들이길 등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약 250㎞를 시승했다. V60의 실용성과 패밀리카로서의 적합성 등을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V60 디자인은 세련된 도시남자를 떠올린다. 전체적인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앞모습은 세단형 모델인 S60과 동일하다. 2013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치면서 2개로 나눠졌던 헤드라이트는 일자로 합쳐졌고, 다소 뚱뚱해 보였던 선도 날렵하게 바꿨다. 옆모습은 전형적인 볼보의 왜건 모습이다. 직선을 잘 살려 가만히 서있어도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뒷모습은 `핫해치(고성능 해치백)`를 떠올릴 만큼 스포티하게 디자인됐다.
내부 인테리어는 볼보 특유의 단순함이 강조된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플로팅 센터페시아(조작부분)에서 콘솔박스로 이어지는 라인은 거추장스러운 부분 없이 깔끔했다. 또한 운전석과 조수석의 개인공간을 보장해 실제보다 넓게 느껴졌다. 다만 신형 XC90부터 적용된 새로운 인테리어 형식과 비교하면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볼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센서스 시스템`은 단순하지만 편리했다. 독일 프리미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려하지만 복잡해 조작이 어렵다. 하지만 볼보 센서스 시스템은 간편한 조작으로 CD·DVD, 라디오, 아이폰, 범용직렬버스(USB) 등 모든 미디어를 조작할 수 있다. 2016년형 모델부터는 센서스 시스템과 연동되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주행방향이나 과속카메라 등의 도로정보를 알려준다.
볼보는 동급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시트 품질이 우수한 편이다. V60 역시 천연 가죽시트가 적용돼, 마치 소파에 앉은 것처럼 안락한 감촉을 제공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식으로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의 경우 공기를 채워 허리를 받쳐주는 `럼버 서포트` 기능까지 적용했다. 장시간 운전하거나, 허리가 안좋은 운전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다.
뒷좌석도 앞좌석과 동일한 천연 가죽시트가 장착됐다. 등받이 각도도 뒤로 젖혀져 있어, 승차자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편이다. 뒷문 옆 기둥에 송풍구도 있다. 또 중간 좌석의 머리 받침은 수동 레버를 이용해 접을 수 있다.
V60의 뒷좌석에는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깜짝 선물` 같은 기능이 숨겨져 있다. 앉은키가 작은 어린이들이 안전벨트를 올바르게 맬 수 있도록 해주는 `2단계 부스터 시트`다. 부스터 시트 1단계는 신장 최소 115㎝ 이상, 체중 22~38㎏의 어린이에게, 2단은 신장 95~120㎝에 체중 15~25㎏의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 카시트에 앉기에는 큰 어린이들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볼보의 철학이 담겨있는 부분이다.
V60 트렁크는 기본 430ℓ 공간을 제공한다. 골프백 4개까지 수납할 수 있다. 유모차 2개를 싣고도 기저귀 가방을 넣을 만한 공간이 남는다. 캠핑장비의 경우 4인용 텐트, 아이스박스, 타프, 테이블 등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 `4:2:4`로 폴딩되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246ℓ 공간이 확보된다. 스키, 숏 서핑보드 등 길이가 긴 물건도 넣을 수 있다.
V60 D5 R디자인은 직렬 4기통 2.0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드라이브-E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47.9㎏·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5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을 갖췄다. 복합기준 공인연비는 14.6㎞/ℓ다.
V60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다. 디젤엔진이지만 실내로 전해지는 진동이나 소음은 크지 않았다. 시내주행을 할 때는 가솔린 세단 못지않은 부드러운 가속감과 코너링이 가능했다. 정체가 심한 출·퇴근길에서는 `오토 스톱 앤 고` 기능 덕분에 연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도 다른 업체의 같은 기능보다 부드럽게 작동했다. 일정 속도를 지정하면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속도를 높이고 줄이고를 알아서 했다. 고속도로에서는 높은 토크의 빠른 반응을 본격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고속으로 주행할 때도 가속력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이번 4일간 시승을 마치고 얻은 최종 연비는 15.8㎞/ℓ였다.
볼보 V60 D5 R디자인은 세단 수준의 주행감과 승차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 SUV 수준의 넉넉한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투박하지 않은 디자인도 어느 정도 가산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5기통에서 4기통으로 줄어들었지만, 더욱 강력해진 주행성능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595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