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치유 전달 위해 아이디병원서 전시회 개최한 정재환 작가

마음의 치유 전달 위해 아이디병원서 전시회 개최한 정재환 작가

정재환 작가의 7번째 개인 전시회가 최근 열렸다. 자아도취, 극도의 행복감이라는 의미를 담은 ‘euphoria’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니라 병원에서 개최됐다.

정재환 작가는 아이디병원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이 앓고 있던 우울증과 강박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심리상태와 지금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다양한 이미지나 색감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기존 직조기법에서 발전시켜 콜라주적 표현으로 인물과 만화적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표현기법을 사용해 화려한 빛 속에 감춰진 그림자를 관객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마음이 우울하거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환자 및 방문객들이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정재환 작가를 만나 보았다.

Q. 7번째 개인 전시회가 드디어 열렸다. 그런데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병원에서 전시회를 연 이유가 궁금하다.

A. 흔히 전시회 하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미술관은 문턱이 높고 다가가기 어려운 공간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전시회는 미술을 모르는 이들도 신문, 인터넷같이 편하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에 탐앤탐스 카페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고, 이번 전시회 역시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에서 열고 싶었는데 아이디병원에서 먼저 제안을 해줘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지루할 수 있는 대기시간에 방문객들이 작품을 둘러보면서 알차게 보내길 바란다.

Q.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무엇인가.

A. ‘euphoria’라는 자아도취, 극도의 행복감 이런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키덜트적 성향의 이야기를 초기 작업방향으로 잡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은 내가 앓고 있던 우울증과 강박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심리상태와 지금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불안했던 심리상태를 표현한 만큼 그림을 보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독특한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그림들을 확인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이 담배를 물고 있다. 이것은 우울증을 치료할 당시 항우울제와 같이 정신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매개체를 나타낸 것이다. 얼굴에서 뇌가 있는 부분을 잘라낸 작품의 경우 이상적인 생각을 없애고 감성이 극대화돼 있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이는 항우울제를 복용한 후 느낄 수 있는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듯한 몽환적인 경험을 작품을 통해 연출한 것으로 평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표정과 모습을 표출을 한 것이다.

Q. 그렇다면 작품에 표현된 인물들이 다 작가의 자화상인 것인가.

A. 물론 내 경험도 있지만 영화 ‘trainspotting’ 주인공처럼 마약을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던 배우들이나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배우들을 많이 참고했다. 이들 인물을 변형시키거나 특유의 표현기법인 직조기법을 통해 재탄생시킨 것이다.

Q.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A.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다양한 이미지나 색감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어두운 바탕 위에 밝고 경쾌한 이미지나 색감을 더해낸 작품에서 끝나지 않고, 주기법인 기존 직조기법에서 발전시켜 콜라주적 표현으로 인물과 만화적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표현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화려한 빛 속에 감춰진 그림자를 관객들이 찾길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꼭 마음의 병이라고만 볼 수는 없고, 현대인들이라면 대다수가 느껴보았을 우울증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들 간의 감정 소통 방법과 사람과 사람의 온기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려 했다.

Q.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A. 내 그림들은 우울증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밝고 유쾌한 이미지로 만들어 가면서 우울증을 극복해 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마음이 우울하거나 힘든 일을 겪은 이들이 본다면 분명 마음의 치유를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아이디병원을 찾는 이들도 현재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어 우울한 상태인 만큼 내가 우울증을 치료하고 이겨냈던 것처럼 이들 작품이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됐으면 한다.

Q. 끝으로 아이디병원과 함께 작업한 소감과 느낌이 궁금하다.

A. 아이디병원과 우연한 기회의 연을 맺은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크게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전시를 열어 줄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준 점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전시가 진행되는 밝고 근사한 대리석이 시공된 공간은 일률적인 갤러리 공간에서의 전시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 공간이 이번 전시로 인해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길 바란다. 이번 전시회를 마련해준 아이디병원 원장과 관계자 등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진수 기자 (lj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