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불공정 경쟁과 ‘갑질’ 논란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기자] 올해 5월 발표된 타임지가 선정한 ‘세상을 바꾼 50가지 IT기기’ 1위에 선정된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혁신 제품 출시 이미지가 강한 애플이 자사 기업 수익을 위해 국내외에서 불공정 경쟁을 유도하고, 법의 교묘한 허점을 이용해 ‘갑질’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애플이 콘텐츠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 하면서, 대표 콘텐츠인 애플 뮤직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또 한번 애플의 불공정 행위가 이슈가 되고 있다.
애플뮤직과 관련된 논란은 해외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유통플랫폼의 장악력을 악용해 불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플이 자신들이 런칭한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콘텐츠 생태계의 권리를 무시하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된 부분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 판매나 가입형 상품의 수익 배분비율이다. 애플은 그동안 앱스토어에서 최초 유료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 가격의 30%, 무료 앱의 경우 앱 이용 중 결제하는 금액에 대해(인앱 구매) 30%의 수수료를 받는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앱스토어에 등록된 스포티파이 등 업체는 애플에 수수료를 내야만 하는 실정이다.
즉, 스포티파이의 경우 월 9.99달러의 정가 서비스를 월 12.99달러에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수수료 때문에 같은 가격에 서비스 이용료를 책정해도 스포티파이는 애플뮤직보다 30%나 비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음원사업자들도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 열위에 놓여 불공정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은 음악 관련 앱에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PC결제와 동일한 가격으로 안드로이드에서 뮤직앱을 이용하고 있다.
수수료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는 논란으로 스포티파이는 이러한 애플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앱이 아닌 자사 웹 사이트에서 요금을 결제하도록 유도했지만 애플이 이를 차단해 추진할 수 없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앱 스토어 대신 스포티파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독 신청하면 3개월 동안 1달러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를 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같은 프로모션을 중단하지 않으면 스포티파이 iOS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 조치할 것이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최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현재 자사의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신규 업데이트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애플측이 iOS 앱 새 버전 승인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스포티파이가 ‘인앱 결제’란 자체 기준을 먼저 위반해 굳이 경쟁사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애플측이 스포티파이에게 자사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종의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애플의 논리대로라면 스포티파이 건을 시작으로 애플 앱 스토어 내에서 애플뮤직 이외의 음악 앱은 존립 자체가 불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함께 서비스 국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애플뮤직이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한국시장과 맞지 않는 정책을 창작자에게 강요하고 무리한 마케팅 비용을 창작자에게 전가할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무리한 할인 혜택에 대한 판매 부담을 창작자에게 전액 전가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국내 사업자는 상품 정가금액 기준 정산이 이뤄지는데 비해, 해외 서비스는 판매금액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하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의 할인정책에 따른 부담 비용은 결국 창작자에게 전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음원 서비스 유료이용자의 50%가 할인상품을 이용할 경우, 약 840억 수준, 전 사업자가 할인 경쟁을 벌인다면 약 1천억~1천500억 수준의 권리시장 축소”를 예측한다.
또한 해외사업자의 3개월 무료체험 프로모션은 음악의 가치를 훼손시켜 유료 가입자 이탈을 부추기고 이는 권리시장 축소로 이어져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애플의 기업윤리에 어긋난 행동은 그동안 해외 곳곳에서 문제시 했던 사항으로, 이미 몇 나라는 거액의 벌금과 함께 유죄를 인정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전자책 시장의 중요한 이슈이던 애플과 출판사 간 담합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면서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이 5년 만에 종결됐다. 전자책 가격은 소매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했던 아마존이 결정권을 행사해 권당 9.99 달러에 묶였었으나, 애플이 지난 2010년 전자책 출판사들이 가격 결정권을 갖는 대가로 판매 이익의 30%를 애플에 주는 ‘에이전시’ 모델을 도입하자 출판사들은 아마존에 이 제도의 도입을 압박했고 그 결과 전자책 가격은 권당 12.99~14.99달러로 상승했다.
더불어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90%에서 60%까지 하락했다. 그러자 아마존이 애플의 독점금지법 위반을 주장해 미 법무부와 미국 33개주 소비자단체는 애플이 주요 출판사 5곳과 가격 담합한 행위로 소비자가 전자책 구매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美 연방대법원은 애플이 전자책 가격 인상을 위해 주요 출판사들과 가격을 담합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판결과 함께 4억 5천만 달러(약 5423억원) 벌금 부과했다.
또한, 글로벌 정보·IT기업의 조세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애플 역시 유럽 국가 내 여러 나라에서 조세 회피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4월, 미국 50대 기업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옥스팜의 보고서를 인용해 50대 기업 중 애플의 조세회피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애플은 3개 자회사를 통해 1810억달러(약 209조원)를 조세 회피처에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경우 조세 회피 의혹을 받아온 애플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3억1800만유로(약 4192억원)를 거둬들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EU 회원국들이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조세 회피 행위를 불법으로 묵인하지 않았는지 자체 조사 중으로 혐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25%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특허 침해 혐의로 소송을 당해 ‘아이폰6’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베이징시 지적재산권국은 지난 6월 애플이 중국 바이리의 휴대전화 ‘100C’ 디자인 설계를 실제로 도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애플과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판매 중단을 명령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베이징 법원이 지갑에 ‘IPHONE’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해온 중국 패션 제조업체와 애플 간 상표 분쟁에서 중국 업체의 손을 들어준바 있다. 지난 4월엔 중국 규제 당국이 애플이 ‘서비스에 필요한 허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아이북스’와 ‘아이튠스’ 서비스에 대한 중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애플은 통신사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고 주문 대수를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 행위로 프랑스, 대만 등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공정거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행정 부처인 경쟁청은 지난달 애플에 총4850만 유로(한화 약 6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시정 대상에서 최소 주문량 제한, 광고 및 전시 비용 전가, 수리비용 등 불공정 계약들이 포함됐다. 지난해 6월에는 대만 공정위에서 애플이 통신사가 정하는 출고가를 통제한 사안에 대해 64만 달러(한화 약 7억 6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해외에서 이러한 다양한 이슈로 ‘갑질’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애플이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이슈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애플과 이동통신사 간 불공정거래 여부와 관련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 때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하고, 시연용 아이폰을 구입하도록 했다.
심지어 판매대 등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현장 감시까지 했다. 또한, 애플 제품을 무상 수리해줘야 할 때 비용 일부도 이통사에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애플의 전략은 국내 아이폰 사용자 증가 추세와 이통사 간 치열해진 경쟁 상황을 악용,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 선결제를 강요하는 소비자 AS 약관 시정명령으로 애플코리아는 소비자 동의 없이 일방적인 유상 리퍼 제품 교환을 할 수 없도록 서비스 약관을 변경했다. 애플은 AS 정책과 관련해 국내 법원까지 가기도 했다. 아이폰을 구매했다가 리퍼 정책으로 피해를 본 오원국씨는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2014년 승소했다.
오 씨는 2012년 구매한 자신의 아이폰을 수리하려 했지만 애플 진단센터에서 34만원의 리퍼 비용을 물고 리퍼 제품을 받으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 자신의 아이폰을 돌려받지 못한 데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152만7000원의 배상 명령을 받아냈다. 기기 값 외에 사라진 데이터 등에 대한 배상 50만원이 추가된 금액이다.
올해 4월에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수리업체에 적용했던 20개 불공정약관이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에서 직권조사를 통해 그간 애플이 마음대로 수리업체와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거나 주문 받은 것과 다른 대체 부품을 제공하면서 이에 따른 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논란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와 IT및 콘텐츠 관련 거대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 진입할 때마다 편법적인 경쟁전략과 비대칭경쟁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이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은 없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