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이 탈·불법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국무총리실 내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는가 하면 직원 70%에 해당하는 900여명이 한꺼번에 제주도 학술대회 출장을 다녀왔다. 뇌물 수수 범법 행위로 구속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18일 정부 및 출연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출연연 2곳이 탈·불법 혐의로 국무총리실 조사를 받았고, 검찰 수사로 연구원이 구속됐다. ▶관련기사 6면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달 13일부터 출연연 기획예산실(팀)장을 대상으로 해외 출장과 과잉 예산 지출 등 혐의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이어 가고 있다.
투서로 촉발된 조사는 지난 2월 출연연 예산부서장협의회 소속 예산실(팀)장 21명이 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이 빌미가 됐다. 당시 3개 기관에서 자비 부담으로 가족을 동반했다.
지난 1월엔 충남 서천에서 출연연 예산부서장협의회 주관으로 100여명이 워크숍을 개최했다. 당시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경영 효율화 관련 예산 일부를 행사비로 사용했다. 식사비는 출연연이 29만5000원씩 갹출, 부담했다. 식사비로는 수백만원이 지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5월 900명이 집단으로 2박 3일 제주도 출장을 다녀왔다. 춘계 원자력학술대회 참석 명분이었다. 직원 1300여명 가운데 70%가 사흘 동안 연구소를 비우고 갈 정도로 중요한 출장이었는지 논란이 일었다. 학술대회에는 전국에서 산·학·연 관계자 16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56%가 원자력연구원으로 채워진 셈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열리는 중요한 원자력 관련 학술대회여서 논문발표와 토론을 위해 당연히 연구원이 많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출연연 안팎에서는 너무 과도한 인원이 참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우리 기관은 내부로 동일 학회에 팀당 3명 이상이 참여하면 원장단까지 결재받게 하는 등 동일 학회에 여러 명이 못 가게 통제한다”면서 “학회는 대표자가 한두 명 가서 다른 직원에게 전파해 주면 된다”고 꼬집었다.
연구원 출장비가 유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기관은 지난해 국내 여비만 43억원을 지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에 집이 있는 지방 근무 연구자들이 교묘하게 출장비 신청기준을 악용한 사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국내 출장비는 근무지 기준으로 신청하도록 돼 있다”면서 “서울에 사는 연구원이 목요일 서울로 올라간 뒤 금요일에 서울 출장 신청을 하거나 월요일에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에 일이 있다는 출장신청서를 내며, 여비는 지방-서울을 왕복한 것으로 신청해 받아 간다”고 실토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조사 사안에 대해서는 완료될 때까지 공개할 수 없다”면서 “조사 여부도 진위 여부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나 구속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생기원 연구원 출신이 창업한 N업체에서 생기원 인천본부 간부가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다. 검찰이 N업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10개 기관은 인건비 부풀리기로 예산을 확보한 뒤 직원에게 능률성과급으로 213억원을 부당 지급했다 주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인건비 부풀리기나 장비 유지비 전용 등 다양한 연구비 이슈로 감사에 걸려도 개인이 환수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이 연구원을 대신해 매년 나눠 부담하는 실정이어서 추가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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