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MIT 보고서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졸업생이 얼마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냈느냐는 자료입니다. 취업률이나 고시 합격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대학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MIT는 기존에 없는 직업이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한다. 단순 연구기관에서 탈피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서울대와 융기원 연구역량을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기존 26개 센터를 9개 센터로 줄이고 나머지는 연구실 랩 수준으로 낮췄다. 제대로 된 연구센터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경기도 주요사업에도 적극 참여,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비롯해 대학생창업·인턴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 관련 국제포럼인 빅포럼을 총괄 기획한다. 경기도에서 설립하는 융합보안지원센터 운영도 맡았다.
국가과제를 수주해 진행하던 융합기술 연구와 관련한 운영 형태도 바꾼다. 연구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도내 대학과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 진입하기 전에 아이디어와 기술창업 기초를 다듬어 주는 프리-스타트업캠퍼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박태현 원장이 있다. 박 원장은 “서울대와 경기도가 융기원을 세운 뜻은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동안 우리는 패스트팔로어로 경제발전을 해 왔는데 더이상은 힘듭니다. 이제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창업`입니다”
그는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는 것이 퍼스트무버”라며 “대학 교육은 물론이고 연구소 연구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직장만 바라보는 것은 패스트팔로어 시대 잡 모델이고, 퍼스트무버 시대에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상에 없던 그 무엇인가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융기원이 자체 기술 또는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시킨 기업이 20여개에 달한다”며 “서울대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초연구를 산업으로 연결해 주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융기원에는 기술 창업 경험이 풍부한 인재가 많다. 이들을 활용하면 단순히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수준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찾아 실제 산업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역량이 충분하다.
박 원장은 손욱 센터장과 이충구 센터장을 예로 들었다. 최근 세계적 암 연구자인 김성진 박사와 뇌과학자인 조장희 박사가 합류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경기도가 제2판교에 구현하려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와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를 가장 잘 백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융기원”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이들 덕분이다.
융기원은 이충구 센터장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자율주행차를 연구해 왔다. 이충구 센터장은 첫 국산 자동차 `포니`를 개발한 자동차 분야 전설이다. 최근에는 서울대에서 이경수 교수가 자율주행차 연구 TF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이미 미국·일본 등 사례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판교 적용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하지만 박 원장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최근 서울대와 경기도 및 경기도의회 3자가 모여 진행 중인 재협약 논의가 무난히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 불안해하는 직원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와 경기도가 맺은 융기원 지원 협약은 내년 5월 만료된다. 그 전에 재협약을 해야 한다. 부임 초기부터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직장 안정성을 강조해 온 그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박 원장은 “융기원 잠재력을 보고 동참하는 분들이 있고, 이런 분들이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것이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융기원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원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잡는 롱텀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