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지난해와는 다르다"…정제마진 반등세에 하반기 실적 순항 예상

정유사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정유업계는 생산비중이 높은 등·경유 수익성까지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순항을 예상했다. 상반기 대규모 이익을 내고도 하반기 고전했던 지난해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사라졌다.

정제마진 상승과 영업환경 개선으로 정유업계가 하반기에도 순항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제마진 상승과 영업환경 개선으로 정유업계가 하반기에도 순항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들어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탔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차이로 정유사 수익성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7월 현재 기준 배럴당 5.2달러로 4개월만에 반등했다.

정제마진은 지난 1월 평균 배럴당 9.9달러를 찍은 뒤 2분기엔 지속 하락했다. 지난달 배럴당 4.9달러로 절반이상 빠졌다. 휘발유 정제마진은 8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3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둘째 주에 들면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아 스폿 정제마진이 4월 초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달러 선을 회복했다. 6월 평균 대비 25%나 올랐다. 소규모 정유설비 가동률 하락 영향이 컸다. 1·2분기 유가급등으로 글로벌 정유설비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석유제품 공급이 단기적으로 급증했고 이로 인해 4월 단순정제마진이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구간에 진입했다. 이 여파로 중국 티폿(teapot·소규모 민간 정유사)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정제마진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영업 환경까지 개선되고 있어 우리 정유업계 하반기 순항을 예상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휘발유는 공급과잉으로 마진이 낮지만 경유·등유 마진은 높다. 등·경유 생산비중이 높은 우리 정유업계에 특히 유리한 환경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대비 우리 업계 도입비중이 높은 중동산 원유가격이 배럴당 2~4달러 낮게 유지되면서 미국, 유럽 정유사 대비 수익성도 좋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원유판매가격(OSP)도 지난달에 이어 연속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은 2분기 우리나라 정유4사 영업이익이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1조8000억 대비 약 10% 늘어난 수치로 상반기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더불어 역대 두 번째로 수익성이 좋다. 2분기말 정제마진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되면서 당초 지난해처럼 하반기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정유업계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1조3334억원으로 상반기 3조4592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영업이익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등·경유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휘발유 마진 악화를 상쇄하고 있다”며 “화학제품 마진까지 상승하고 있어 상반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 (단위:달러/배럴 / 자료: IBK투자증권)>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 (단위:달러/배럴 / 자료: IBK투자증권)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