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른바 스펙이 좋은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이해되지 않는 건 그럼에도 그들에게 보이는 취업문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라는 좁은 문에만 들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길은 걷기가 두려운 탓이다. 여기에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 자체를 실패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SK 청년 비상(飛上) 캠프`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용인에서 개최됐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는 청년 200여명이 모였다. 미래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를 꿈꾸는 예비 CEO들이다.
SK 청년비상은 국내 최초로 `정부-대기업-대학` 3자 간 협업을 통해 한국을 대표할 청년 기업가 양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프로젝트다. SK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과 힘을 모았다.
전국 25개 대학이 청년비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학별로 한 학기에 200명씩 수강신청을 받아 학기당 총 5000명, 2년간 2만명의 청년 기업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SK에 따르면 첫 학기 수강생이 6000명을 넘었다. 예상보다 학생들 관심과 참여도가 높았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창업팀은 총 50개다. 미리 선정된 대학별로 2개팀씩 참가했다. 대학별 자체 경진대회를 거쳐 선발된 팀이다. 올 1학기 시작부터 창업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다듬었다. 방학도 반납했다. 어느 정도 검증된 아이템들이라 경쟁이 더 치열했다.
참가팀들은 첫날 멘토부터 찾았다. 아침부터 이어진 일정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참가팀 모두 가장 필요한 멘토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중소기업 대표와 벤처 투자 전문가, 대학교수 등 멘토 10명이 학생들을 도왔다. 멘토 한 명이 5개 팀을 맡았다.
회사와 아이템 홍보를 위한 30초짜리 동영상 광고도 직접 제작했다. 동영상 제작 기법과 촬영 지원은 현장에서 이뤄졌다.
학생들은 캠프 첫 날을 그간 준비해온 사업 아이템을 상품성 있게 다듬는 데 할애했다. 멘토와도 늦은 시간까지 만나며 창업에 한 걸음 다가갔다.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은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이튿날은 가상 투자로 문을 열었다. 가상 크라우드 펀딩이다.
학생들이 전날 제작한 동영상 광고를 보고 모의로 다른 아이템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가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다른 업체를 들여다본다. 자신의 아이템과도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팀별로 가상 투자금 1000만원이 주어졌다. 100만원씩 총 10팀에 투자 가능하다. 가장 많은 펀딩을 받은 아이템에 투자한 팀 중 투표로 경품도 지급했다.
마지막으로 팀별 발표 시간을 가졌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공개하고 평가받는 시간이다. 멘토 10명과 SKT 상품기획본부와 솔루션사업본부 등에서 팀장급 직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발표 시간을 고려해 모두 다섯 곳으로 나눠 진행했다.
발표와 질의, 응답에 팀별로 10분이 채 주어지지 않았다. 빠듯한 시감임에도 발표를 맡은 학생들은 밤새 연습이라도 한 듯 부족하지 않게 마무리했다.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수없이 고민한 결과다. 바로 `내 일`이기 때문이다.
최종 심사를 거쳐 쿡(경희대)과 엑스디자이너스(연세대), 팜토리(한양대) 등 총 10개팀이 우수상을 받았다. SK 청년 창업 지원 실험이 첫 열매를 맺은 것이다.
사다리차 배차와 농산물 콘텐츠에 O2O 서비스를 접목한 앱을 비롯해 고시원 토털 관리시스템, 스마트폰 뷰티 아이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까지 다양하다. 반려견 통합 교육 및 관리 용품, 거리 청소를 현금화할 수 있는 사회 기여형 아이템도 포함됐다.
선정된 10개팀에는 창업 지원금 20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앞으로 6개월간 SK에서 제공하는 집중 육성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과 대전, 두 곳에 마련된 창업 보육공간에 입주해 도움 받는다. 최장 10개월까지 이용 가능하다.
청년 비상 프로젝트가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만큼 SK계열사 사업분야와 연계 가능한 아이템은 추가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캠프에 심사위원으로 SKT 상품기획본부와 솔루션사업본부 팀장급이 참여한 이유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10개 팀 중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팀 2개를 골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보낼 계획이다. 해외 진출까지 돕는다.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노리는 것이다.
우수팀으로 선정받지 못한 나머지 40개 팀도 실망할 필요 없다. 이번 캠프로 인연을 맺은 멘토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사업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김정수 SKT CEI사업단 실장은 “SK는 중장년층 대상 창업지원센터 브라보 리스타트(BRAVO Restart)와 청년비상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연령층의 창업을 돕고 있다”며 “창업 지원은 단순히 기업 이익을 나누는 사회환원 차원이 아니라 SK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투자와도 같다”고 말했다.
SK 청년비상 창업캠프 선정 우수팀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