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말은 힘을 가지고 있고, 인식을 표출한다.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이의 말은 고스란히 그 사람의 수준과 인식을 대변한다.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대중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이다.
한동철 국장의 말 한 마디가 논란이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진폭은 커지고 있다. 한 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101’을 여자판으로 먼저 한 건,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라며 “출연자들을 보면 내 동생 같고 조카 같아도 귀엽지 않나. 그런 류의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사과는 했다. CJ E&M을 통해 “앞으로 제작할 '프로듀스101 남자판' 흥행 비결을 묻는 말에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라고 표현하고자 사용한 단어가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켜 당황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말은 인식이다. 더구나 술자리 사석에서 말한 내용이 아니다.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다. 답을 할 때 충분히 생각했어야 했다.
그가 경험이 없는 젊은 연출가였다면 단순한 단어 선택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로 19년차 베테랑 PD이기에 그의 발언은 실수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실정이다.
물론 한 국장이 악의적으로 이와 같은 표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이 어린 연습생들 또는 가족들이 그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면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야동을 대신해 한 국장이 사용 가능한 단어는 얼마든지 많았다. 조금만 더 생각을 깊게 했다면 아무런 논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한 국장의 말 한 마디에 ‘프로듀서101’의 연습생들은 ‘야동 출연자’가 되고, 시청자들은 자발적 야동 관람자가 되어버렸다. CJ E&M에서 ‘프로듀스101’ ‘랜선친구 IOI’ ‘스탠바이 IOI' 등의 프로그램이 재방할 때, 한 국장의 인식을 받아들인 시청자들은 과연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연습생 소녀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방송할 남자 버전 연습생들까지 한 국장의 ‘야동’ 발언 때문에 이미지가 이상해졌다.
이번 논란은 그저 부적절한 어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베테랑 PD의 입에서 나온 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대중이 한 국장에게 더욱 실망한 이유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