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이청아는 제수호(류준열 분)의 첫사랑으로서 제수호와 심보늬(황정음 분)의 사랑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금세 그들의 사랑을 쿨하게 인정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을 인정하기까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겉으로 보기엔 쿨해 보였지만, 감정이입을 한 이청아는 방송으로 그려진 한설희보다 더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는 수호가 처음으로 설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심보늬라고 털어놓은 장면과 이어 수호의 집을 나서는 순간을 가장 안타까운 신으로 꼽았다.
“수호는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인데, 과거에 내가 조금 열었었다. 그리고 내가 떠나고 나서 그 문은 닫혔다. 저 문을 다시 열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거다. 수호의 말에 설희는 상처를 받았으면서 수호에게 ‘아프지마. 내가 속상해’라고 말한다. 이게 수호한테 하는 건지 본인한테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 이후의 장면은 방송되지 않았지만, 수호를 두고 돌아설 때 주먹을 꼭 쥐고 걸어갔던 것 같다. 이미 대본을 통해 수호가 설희를 부르지 않을 것을 아는데, 수호가 불러주길 기다렸다. 그 다음에 차를 타고 떠나는 신이었는데, 내가 시동을 빨리 못 걸었다.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빨리 출발 안 했다고 혼났다.(웃음) 설희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은데, 어떻게 빨리 떠날 수 있나. 정말 자동차 열쇠가 안 꽂혔다.”
설희는 보늬를 향한 수호의 마음을 안 후 “그거 사랑 아냐”라고 단호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수호는 오히려 설희의 감정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인지 복잡한 상황에서 이청아는 설희의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우정이었을지 미안함이었을지 고민해볼 만한 감정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호를 지켜보고 싶었던 것 같다. 설희를 끝까지 해본 결과, 설희는 모성이 강한 친구다. 오빠를 잃은 상태에서 그 자리를 뺏고 부모님을 대신 웃게 만든 수호를 처음엔 미워하려고 했는데, 혼자 있는 수호와 함께하다가 좋아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호의 논문을 훔쳤기 때문에 본인에게 실망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치유하려고 돌아왔는데, 더 예쁘게 치유하는 모습을 보고 포기한 것 같다. 포기하고 나서 ‘수호가 웃더라’라는 대사를 하는데, 설희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한설희의 분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감정은 빠르게 정리되는 듯 보였다. 다만 이청아가 말했듯 “수호가 웃더라”라는 한 마디는 설희가 수호의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이유를 모두 압축해서 보여줬다. 이렇듯 주연 위주로 흘러가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이청아는 설희의 행동을 설득력 있게 만들면서 확실하게 작품을 직접 만들어나갔다.
“아무래도 한 인물에게 많은 장면이 할애될수록 감정을 보여주기 좋다. 설희 같은 경우엔 신이 분배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설득할 수 있는 대사를 집어넣어야 했다. 허락 맡지 않고 대사를 한 적도 있는데, 편집하지 않고 모두 넣어주셨다. 작가님도 설희의 감정에 맞게 대사를 한게 너무 좋았다고 해주셨고,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엔 그 신에 이어지는 대사를 써줬다. 혹시나 기분이 나쁘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 진심을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분량에 대해서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쉽지 않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게 해줬고, 판을 깔아주셨다. 그로 인해 설희가 주어진 판 안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