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저유가, 운송량 증대 등 긍정적인 시장상황에서도 한진해운 지원이라는 `덫`에 걸려 경영악화에 처할 위기다. 한진해운에 지원해야 하는 금액이 최대 7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동성 위기까지 우려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높아졌다.

1일 항공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한 2조8300억원가량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1590억원가량 기록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분기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26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는 항공업계에 있어 전통적인 비수기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대한항공 2분기 항공여객 수는 673만9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2분기에만 1485억원가량 유류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에서는 오는 3·4분기까지 △브라질 리우 올림픽 △추석 연휴 여행객 증대 △저유가 등 호재가 계속돼 대한항공이 하반기에만 최대 59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총 1조원에 가까운 흑자 경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한항공 경영실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한진해운 때문에 경영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파악한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분은 최대 1조2000억원가량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과 선박금융 만기 연장에 성공하면 필요한 자금이 7000억원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금액에 대해서는 한진그룹 지원이 필요한데, 대한항공이 독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계열사는 지원할 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대한항공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9675억원이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 지원을 하면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하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 측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독자 지원하면 자체 재무부담이 커지고 관련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신용등급이 시존 `A-`에서 `BBB+`로 하향조정됐다. 한진해운에 4448억원 규모 투자유자증권과 2200억원 영구채를 지원하면서 유동성 대응능력이 약해진 탓이다. 또 917%에 달하는 높은 부채율도 대한항공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 관련 불확실성 해소는 시급하다”며 “한진해운 손실 규모 및 추가 지원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돼야 여객 영업 상황도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