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기기 제조·수출업체 A사는 최근 특허 라이선스 문제에 휘말렸다. 사용하지도 않은 오디오 코덱을 두고 특허권자가 로열티를 요구한 것이다.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칩에 해당 코덱이 포함돼 있지만 그 기능은 수입 전 `비활성화`(Disable)된,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특허권자는 무작정 로열티를 요구했다.
다양한 코덱이 내장된 소프트웨어 특허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다. 소프트웨어 칩은 통상 필요한 기능 외에는 사용이 제한된 채로 수입되지만, 특허권자는 제한된 부분에도 로열티를 요구한다. 라이선싱 협상 실패는 소송으로 직결돼 국내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당한 비용을 지불해왔다.
실제로 A 업체에 로열티를 요구한 미국 특허풀 `비아 라이선싱`(Via Licensing)도 “비활성화된 일부 코덱의 `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A는 제품을 직접 시연하며 해당 코덱이 작동하지 않음을 증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에 국내 중소·중견업체 IP컨설팅을 지원하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i-PAC)가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놨다. 특허권자 주장을 반박할 판례를 찾아냈다.
지난 2014년 에릭슨이 디링크(D-Link)를 특허 침해로 제소한 사건에서 미국 항소법원은 “상당한 개변(Significant Alteration)을 하지 않고도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어야만 해당 특허가 사용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즉,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변경하지 않고 `쉽게` 해당 기능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특허 침해라고 본 것이다.
A 업체가 비활성화된 코덱을 사용하기 위해 실행할 소프트웨어 변경은 `상당한 개변`에 해당돼 침해를 비껴갈 수 있다.
황은정 특허지원센터 변호사는 “해당 판례를 참고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협상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송이 아닌 협상에서, 판례가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협상력은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변호사는 또 “사용하지 않은 기능·제품에는 특허권자로부터 `비활성화` 인증을 받아두면 좋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오디오 업체 돌비는 자사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에는 `non-Dolby`라는 표기를 적용한다. 홈페이지나 제품 설명서에 `해당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기하는 것도 분쟁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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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IP노믹스 기자 syyang@etnews.com